<사설>부도율.대출조건의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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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음부도율이 계속 기록을 경신하며 늘어나고 있다.어음부도는 기업파산의 다른 지표다.지난 1월은 83년이래 13년만에 최고였다.내용을 들여다 보면 부도율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 양극화가 두드러진다.대기업 보다 중소 기업,서울 보다 지방,제조업 보다 건설.서비스부문에 부도가 특히 집중되고있다. 중소기업부도의 대표적 원인은 자금난에 돌려지고 있다.자금난외에도 생산비는 자꾸 오르고,판로는 죄어들고,기술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이다.따라서 중소기업대책은이 모든 면에서 동시에 수립돼야 할 것이다.
순수한 자금난만 떼어 생각하면 은행의 구조와 경영후진성에 대체로 그 원인이 있다.부동산담보 위주 대출관행,대출한도에서 상계처리 해주지 않는 꺾기예금관행,이 두가지 퇴행적 방식을 들 수 있다.이런 전근대적 방식이 고쳐지지 않는 까닭 은 이런 방식을 타파할 책임질 경영주체가 은행안에 없기 때문이다.다시 말하면 맨위에서부터 일선 책임자까지 이런 방식을 타파하는데 져야할 위험을 감당할 데가 없는 것이 현재의 은행체제다.
이런 체제는 개선에는 딴전만 펴지만 악화에는 재빠르다.기업의부도율이 늘면 대출조건은 재빨리 더욱 악화된다.부도율이 높아 가는 판에 부동산담보나 예금담보 없이 무얼 믿고 대출해 주느냐고 항변하고 나온다.그러다 은행을 거덜내면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이냐는 것이다.이 지당한 논리를 누가 논박할 수 있을 것인가. 나웅배(羅雄培)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29일 중소기업 협동조합총회에서 『자금난 완화를 위해 재정지원 규모를 늘리고 금융기관에서도 신용위주의 대출관행이 정착되도록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재정지원이라면 월급쟁이들이 낸 세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도 똑 같은 내용을 총선공약의 하나로 같은날 발표했다.문제가 많던 농어촌부채탕감에 이은 이같은 인기위주의 포퓰리즘(populism)이라면 야당에도 기업부도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 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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