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운 충전법 - 습지와 이끼 사이를 걷기
도시가 가장 갈망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너무나 당연하게도, 아득히 솟아오른 마천루가 아니라 아찔하도록 짙게 깔린 녹음이다. 도심 주변으로 식물원과 수목원이 발달한 것은 그런 갈망의 반영이다. 그래서(!) 워크홀릭은 오늘도 수목원을 찾아 떠난다. 이번에는 평강식물원이다.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인근에 위치한 평강식물원.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환용 원장이 9년 전부터 명성산 우물목 자락에 손수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려 조성한 식물원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식물원으로 산비탈 18만평 부지에는 연못정원과 잔디광장, 습지원, 화이트가든, 고사리원, 만병초원, 이끼원, 자생식물원, 고층습지, 고산습원, 들꽃동산, 암석원 등 12가지의 테마 정원이 조성되어 있다. 명성산 자락에 둘러싸인 정원 곳곳을 따라 거닐다 보면 산과 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들꽃은 물론 백두산 등지의 고산지대에서나 자생하는 희귀 고산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서울에서 평강 식물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동서울 또는 서울(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포천 방면 버스를 타고 운천까지 간다. 운천에서 다시 산정호수행 시내버스를 타고 정항동(우물목)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여기서부터 식물원까지는 걸어서 가야 한다. 산자락을 따라 굽이도는 도로 길을 따라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우물목 펜션마을이 나온다. 그리고 그 안에 평강식물원이 자리하고 있다.
인상파 최고의 거장 모네가 일생에 걸쳐 소재로 삼았던 수련(water lily)은 물 위에 고혹적인 자태로 꽃이 피기에 많이들 ‘水蓮’으로 착각하지만, 사실 우리말로는 잠을 잔다는 뜻의 ‘睡蓮’이다. 꽃이 피는 개화기에 오후 3~4시부터 아침까지는 마치 잠을 자기라도 하듯 꽃을 접기 때문이다. 평강식물원에서 연못정원은 가장 인위적이고 조경미가 뛰어난 장소로도 꼽힌다.
특히 요즘 습지원에서는 보라색의 부채붓꽃과 노랑꽃창포가 군락을 이뤄 연못은 온통 보랏빛 물결이다. 북아메리카에서 온 리아트리스는 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한여름이 되면 이곳은 분홍빛의 노루오줌 군락과 부처꽃, 리아트리스가 만개한다.
점점 무더워지는 여름, 숲의 시원함을 누리고 싶다면 이끼원이야말로 마침맞은 장소다.
깊은 산속 푸른 이끼로 가득한 계곡을 재현한 이끼원은 인공계류를 만들어 경쾌한 물소리가 들리며, 이끼가 잘 자라게 하기위해 설치한 스프링클러도 정해진 시간마다 작동되어 시원함을 더해준다. 우산이끼, 깃털이끼, 들솔이끼, 주름솔이끼 등 그냥 지나치기 쉬웠던 다양한 이끼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끼원을 나와 좀 더 깊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꽃인지 풀인지 모를 우리 야생화들의 군락지인 자생식물원을 지나게 된다. 길의 끝에 마련된 의자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옆길로 이어진 걸음은 사라져가는 고지대 습지를 생태적으로 복원한 고층습지에서 멈춘다.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식물원인 만큼 고층습지는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다. 특히 이곳에는 두만강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종인 산부채와 대암산 해오라비난초가 서식하고 있다. 고층습지에서부터 나무 탐방로로 이어진 고산습원은 부채붓꽃, 제비붓꽃, 태백산 조름나물, 순채(환경부 지정 희귀식물), 삼백초 등의 습지식물들과 곤충, 조류들이 한데 어우러져 학생들의 생태학습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고층습지에서 내려다보이는 들꽃동산은 마치 드넓은 풀밭 동산과도 같다.
▲문의_평강식물원(www.peacelandkorea.com) / 031-531-7751
▲요금_어른 5000원 / 학생 4000원 (단체 30인 이상 1000원 할인)
▲개장 시간_오전 8:30-오후 7:30 (폐장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객원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