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골프 파문'과 법관의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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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자신이 재판을 맡은 재건축 시공권 관련 사건의 이해 관계인인 건설회사 임원과 골프를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골프 자리엔 법원장도 동석한 것으로 밝혀져 어떤 의도가 있는 '접대 골프'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법관이라고 해서 골프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친지.동료 등과 어울려 체력을 단련하는 것이야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특정 사건을 맡은 법관이 사건 관계인과 골프 자리를 함께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법관윤리강령에 '법관은 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관계인을 법정 외의 장소에서 면담하거나 접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가 골프 동반자 가운데 사건 관계인이 포함된 사실을 알고 골프장에 나갔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는 그가 법관윤리강령조차 몰랐거나 알면서도 이를 위반했다는 말이 되는 탓이다. 그는 건설회사 임원이 포함된 사실을 모른 채 골프장에 나갔고, 골프장에서 첫 인사를 나눴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사 그렇다 해도 사건 관계인과 골프를 한 행위가 용인될 수는 없다. 그때라도 돌아서는 게 법관으로서 옳은 자세가 아닌가.

법원장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고교 후배인 건설사 임원과 골프를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행 법관의 직무 관련성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기업체 임원과 만나는 자리라면 동석하는 법관이 담당한 사건과 관련한 청탁성은 아닌지 사전에 면밀히 점검하는 게 책임자로서의 책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신속하게 진상조사를 벌여 해당 법원장과 부장판사를 각각 사표수리 및 전보 조치키로 한 것은 법관들의 이런 부적절한 자세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법부는 법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다. 그런 만큼 법관에겐 어느 직종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된다. 이번 일이 법관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