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年金 운용 제대로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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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인의 의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금관리자가 마음대로 법을 만들고 운용하다가 제동이 걸렸다.가입자가 주인인 국민연금을 국가가 마음대로 전용할 수 있게 한 관련법조항이 국민의 재산권을침해할 위헌(違憲)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것이다.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5백만명의 직장인과 2백50만명의 농어민들이 노후(老後)를 위해 매월 일정액을 낸 돈이다.정부가 이 돈을 가입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관련법,이를테면 공공자금관리기금법과 국민연금관리법을 만들어 마음대로 운용해온 것이다.
물론 할 일이 많은 정부가 국가예산만으로는 할 수 없는 대형사업에 국민연금 등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수 있다.이 연금 등이 없으면 재정투융자특별회계의 재원이 없어지게 돼 신공항및 도로건설 등 대형국책사업추진은 난관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관리에 있다.가입자가 나중에 연금을 타게 될 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그런데 정부는 관련법을만들어 수익률이 극히 낮은 공공자금에 이 연금기금을 예탁해서 운용,가입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게 한 것이다.그 래서 재판부는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와 국민연금관리법 제84조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연금가입자들의 의사결정 참여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가 강제규정에 의해 연금기금을 낮은 이율로 운용하다 보니연금이 본격 지급될 오는 2033년에는 기금이 거의 바닥나게 될지도 모른다니 한심한 일이다.이런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기금관리를 잘못한 것을 인정하기 보다는 보험요율인상 과 연금지급액의 인하와 지급시기의 연장 등으로 면피하는데 급급하다.그런 미봉책 보다는 정부가 재정투융자를 위해 시중금리 보다 싼 이자로운용하는 기금의 이차(利差)를 재정으로라도 꼭 보전,가입자에게불이익이 없도록 법을 고쳐야 할 것이다.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연금관리에 가입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감독장치를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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