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사퇴 해석 제각각] "하락세 멈춰" 열린우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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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하루 전, 정몽준 의원이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 20대 투표율에 변화가 생겼다. 2년 전 16대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36.8%. 그러나 대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은 56.5%로 뛰었다. 이른바 여권에 악재로 보이던 '정몽준 쇼크'가 역으로 20대의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결과였다.

이번 4.15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투표 사흘 전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선대위원장.비례대표 후보직을 동반사퇴한 것이다. 그러나 금배지까지 포기한 鄭의장의 마지막 승부수가 어떤 효과를 낼지에 대해선 각 당의 견해가 엇갈린다.

일단 열린우리당은 鄭의장의 사퇴카드로 영남권에서 '노풍'(老風)을 가라앉힐 계기는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인을 제공한 鄭의장이 물러났기 때문이다. '탄핵세력과 지역주의 부활을 막자'는 논리가 먹히면 한나라당의 영남 석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영남권 후보들이 鄭의장 사퇴압박을 중지하고 다시 현장에 나오게 된 것도 긍정적 효과다. 이강철(대구 동갑)후보는 13일부터 맨발유세에 돌입하면서 가는 곳마다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발목이 잡히면 한국정치에 미래는 없다"고 호소했다.

열린우리당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한나라당이 맹추격 중인 수도권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당원들조차 '지역구 150석'이라는 여론조사의 착시현상에 빠져 있었으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탄핵이 다시 이슈가 되면 민주노동당으로 빠져나간 표들도 되돌아올 것이라고 본다. 다만 임종석 의원은 "정당지지율 하락세는 멈췄다는 게 당 상황실의 판단"이라면서도 "당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하루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한나라당은 鄭의장 사퇴 파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윤여준 선대위 부본부장은 "저렇게 나가면 저쪽도 결집하겠지만 우리쪽 지지자들도 결집한다"며 "선거구도를 흔들 만한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 정국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간파돼 있는데 국민이 제스처에 넘어가겠느냐"며 "국정을 책임진 사람들이 그렇게 쉽게 사퇴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불안하게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준영 선대본부장도 "또 하나의 쇼이자 이벤트"라며 "국민이 최소한 그런 것을 구분하는 지혜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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