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열린 산업법정, 합격 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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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타조가죽을 수입하는데 허가절차가 5일이나 걸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민원인)

"허가 대상에서 빼도록 해보겠다."(환경부 국장)

"수출입 허가서 발급에 건당 2만7000원의 면허세를 받는 건 지나치다."(민원인)

"환경부에서 법을 바꿔주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겠다."(행정자치부 과장)

"수출입 허가에 5일씩이나 걸리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다. 인터넷 민원처리 방안을 검토해 달라. 제때 처리가 안 되면 경제장관 회의에 올려서 해결하겠다."(산업자원부 장관)

지난 12일 오후 3시 정부 과천청사 산업자원부 대회의실에서는 이색 '법정'이 열렸다.

여러 부처에 걸린 복잡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이 제기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업 애로 조정 심의위원회'의 첫 회의다.

이날 '원고' 측에는 산자부가 지난 2월에 설치한 '기업신문고'를 통해 민원을 제기한 기업인과 업계 관계자, 시민단체 대표가 참석했다.

'피고' 측에는 민원과 직접 관련된 산자부.환경부.행정자치부.해양수산부.안산시의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자리했다. 이날의 재판장 역할은 이희범 산자부 장관이 맡았다.

실제 법정처럼 자리를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회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李장관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해법을 제시하라"고 다그치자, 다른 부처에서 나온 공무원들은 "너무 몰아붙인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원인들로부터는 "신선한 시도"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민원인 이종학씨는 "도청과 군청은 물론 여러 부처를 뛰어다녀도 풀리지 않던 민원을 관련 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해결해 속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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