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슈통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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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프랑스영화까지는 그럭저럭 챙겨볼 수 있는데 독일영화는 보기 힘들다.최근 소개된 독일영화로는 『파니 핑크』외에 『슈통크』가유일한 것 같다.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여서 딱딱하게 여겼던 독일영화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데 큰 도움이 된다.
『슈통크』는 나치 추종자들이 적지 않다는 독일의 현실을 풍자한 93년작.아이디어가 기발하고 그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장치가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해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한다.
45년4월 히틀러와 연인 에바 브라운이 자살한다.아홉살 꼬마프리츠(우베 오센니히트)는 군모.군화등을 주워다 히틀러가 쓰던것이라며 미군들에게 판다.감격해 물건을 사는 미군을 보며 성장한 프리츠는 좀 더 대담한 속임수를 벌인다.
자신의 애인 누드에 에바 브라운의 얼굴을 얹어 히틀러가 그린작품이라고 하자 히틀러의 생일 파티를 여는 추종자 칼 렌츠(롤프 호페)는 거액을 내놓고,미술사가는 총통께서 그 그림을 그리실 때 곁에 있었노라고 보증선다.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링의 낡은 배를 사들이고 괴링의 조카딸과 동거하는 신문기자 헤르만 프리에(괴츠 괴오르게)에게는 히틀러의 일기가 있다는 말을 해 흥분시킨다.
프리에는 사주로부터 거액을 타내 일기를 사들이는데 물론 일기는 프리츠가 부인과 애인 사이에서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기록한 가짜.그러나 신문사 간부들은 총통의 인간적 면모를 알게 됐다며 황송해한다.
독재자의 천년왕국을 그리워하는 추종자들과 그들의 향수를 이용해 떼돈을 버는 사기꾼 예술가,특종이라면 물불을 가리지않는 언론의 속성을 그린 이 풍자 코미디를 독일만의 이야기라고 웃어넘길 수 있을까.
이런 작품을 대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을 빗대야 한다는게 서글프고,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신랄한 작품이 나오지 않느냐고 한탄하는 것도 속상하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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