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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들어본 '우주의 방랑자' 혜성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3월말께 지구에 최근접,육안으로도 보일 것으로 알려진 하쿠다케 혜성(본지 2월22일자 22면).천문대의 발표대로 우리 눈에 보이게 될 경우 지름 10㎝정도의 구동모터가 장치된 망원경이라면 일반인이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갑자기 나타나 「우주의 방랑자」로 불리는 혜성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디서 만들어져 여행하는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연세대 나일성(羅逸星.천문대기과학과)교수는 『혜성은 눈과 얼음으로 된 핵(核)에 10~20%의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암석성분의 먼지등이 포함된 오염된 얼음덩이』라고 정의했다.혜성은 최초 이 핵상태에서 출발하나 지구 가까이 접근하면 서 태양열로핵인 머리부분에서 증발이 일어나며 분출된 가스와 먼지로 코마라는 외곽구조가 생긴다.
태양에 더욱 접근함에 따라 코마는 주변에 수소(水素)코로나의구름띠를 만들고 자외선에 의해 이온화된 코마의 가스는 초속 4백㎞에 이르는 태양풍에 의해 태양과 반대방향으로 분출,이것이 긴 꼬리로 관측된다.
꼬리는 핵과 코마에서 생성된 푸른색 플라스마 상태의 꼬리와 암석성분에서 나오는 황색 꼬리 등 두가지.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은 궤도의 특징상 주기가 2백년 미만인 단주기(短週期)혜성과 2백년 이상인 장주기(長週期)혜성으로 분류된다. 지난 86년 우리나라에서도 관측된 핼리 혜성은 76년을 주기로 한 단주기 혜성이다.
장주기 혜성중 주기가 무한대로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어 결국 무주기인 혜성도 있다.94년 목성에 충돌,소멸한 슈메이커레비혜성과 이번의 하쿠다케 혜성이 여기에 속한다.
혜성이 생성되는 원인과 장소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천문대 박석재(朴碩在)박사는 『단주기 혜성은 명왕성 외곽의 카이퍼 벨트로 불리는 소천체에서,장주기 혜성은 태양계를 싸고있는 올트구름지역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혜성의 핵구조물질이 초당 30㎞의 속도로 운동중인 별들의 인력에 의해 떨어져 나와 긴 여행을 하는 것으로보인다는 것.
지금까지 발견된 혜성의 수는 9백여개로 혜성의 이름은 최초 발견자가 국제천문연맹(IAU)에 보고,공인받으면 그의 이름을 붙이며 발견자가 많을 때는 빠른 순서로 3명까지의 이름을 붙인다. 일본의 경우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연구열이 높아 하쿠다케 혜성을 비롯해 혜성 최초발견자들이 많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한명도 없다.羅교수는 『연간 발견되는 15~18개의 혜성 가운데 절반정도가 일본의 아마추어천문가들에 의해 발견되고 있 다』고 했다. 羅교수는 『우리나라는 훌륭한 천체망원경을 구비한 각 대학.연구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혜성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많아 끈기있게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했다.
한밤중에도 계속 별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하나 이 작업을 해줄수 있는 인력이 없다는 것.따라서 우리나라도 아마추어 천문가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일본처럼 성능이 뛰어난 관측장비를 가진 경우가 드문 것도 큰 어려움이다.
가까운 장래 지구에 접근할 혜성으로 현재 알려진 것은 하쿠다케 외에 헤일 밥(97년 1~3월),와일드-2(2003년)혜성등이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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