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쟁점>가요의 선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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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디제이 덕의 히트곡 『미녀와 야수』의 가사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이 노래의 가사(이건우 작사)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지난달 발매 이후 지금까지 한달여동안 음반판매순위 1위자리를 지키면서 대략 80여만장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미녀와 야수』의 가사를 살펴보면 종전에 발표된 가요들과는 구별되는 파격적인 부분이 눈에 띈다.전체적으로 「섹시한 여자」와의 성행위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신세대의 개방적인 성풍속도의 단면이 묘사되고 있다.
가사에서의 「파티」(실제로는 「파리」라고 발음한다)는 하룻밤사랑을 말하는 것이고 그 대상인 「너」는 처음 만난 파트너일 가능성이 높다.또 『온몸이 전율하는 순간 이미 넌 내 속에 있잖아』『사정거리에서 당기는 큐피드 화살』등의 부 분은 성행위의순간을 중의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는 『이성은 행위 앞에 노예/관념은 이유없는 참견』으로 규정하면서 『인격.상상.이성따윈 지금 필요없다』고 말한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의 섹시함을 알아야 한다』며 『고상한 품위앞에 기회는 두번 다시 없어』라고 솔직하게 말하 는 부분은 분명히 기성세대와는 크게 다른 신세대만의 새로운 성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 노래가 발표되자 마자 언론사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져들어왔다.『자녀들과 함께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가사가 노골적』이라며 『교육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된다』는 우려가 주를 이뤘다.특히 음반에 포함된 가사집에다 「파 티」를 「脫衣」라고 표기한 부분과 디제이 덕이 방송에서 선보인 야한 춤동작들이 비난의 표적이 됐다.
청소년들도 컴퓨터통신을 통해 논란을 벌였고 각 방송사에서도 심의를 보류했다.그러나 결국 이 노래는 재심까지 가는 우여곡절끝에 KBS와 MBC의 심의를 통과,최고 인기곡이 됐다.
반면 『우리사회의 변화된 성풍속도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에불과하며 이 정도의 표현마저 막는다면 그것은 또다른 의미에서의현실왜곡』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실제로 『가사에 공감한다』는 팬들도 적지 않다.어쨌든 『미녀와 야수』의 가사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채로 가요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 앞서 지난해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도 비슷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특히 박진영의 뮤직비디오는 노골적인춤동작으로 인해 각 방송사로부터 「방영부적격」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이같은 사례는 가요계에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공륜이움켜쥐고 있던 「사전심의」라는 칼자루가 음반법 개정에 따라 오는 6월부터 사라지게 된 상황에서 권위주의시대와 같은 물리적 규제는 이미 불가능하다.
때문에 가요관계자들은 『지금이야말로 표현의 한계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법적 규제장치의 폐지와 함께 가요종사자들의 건전한 양식마저 사라진다면 자칫 외국의 팝음악에서처럼 마약과 폭력을 은연중에 부추기는 노래들이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요의 윤리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파급력이 큰 가요분야자체의 특성 때문이다.선택적 접근이 가능한 영상물이나 출판물등다른 매체와는 달리 방송이나 음향기기등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는 싫든 좋든 대중의 귀에 무차별적으로 와닿게 된다.
특히 대중가수의 노래 한 곡,가사 한 줄이 청소년들의 의식세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요창작자들의 책임감이 시급히 요구된다.
Freak Me All Night,Freak,Freak 오늘밤 너와 난 단둘이서 파티 행복을 예감하는 행복한 파티 사랑을느끼면서 파티 아침이 올때까지 너를 처음 봤을 때 섹시함에 난쓰러졌지 너무나도 눈부신 너의 모습 괜찮은 모습 아예 내 모든걸 너에게 주고 싶어 남자들은 여자의 섹시함을 알아야만 한다 오늘밤에 너와 난 단둘이서 파티를 하고 싶어 그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는 않아 난 널 느끼고 싶어 난 널 갖고 싶어 너만 OK해준다면 이성은 행위 앞에 노예 관념은 이유없는 참견 금지된 사랑이라 해도 난 너를 놓칠 수가 없어 이 밤이 다시 오진않아 우연은 만들어 낸 얘기 온몸이 전율하는 순간 넌 이미 내속에 있잖아 달아나지마 더는 갈 데가 없어 나의 사랑으로만 널풀 수 있어 난 이제 알아 난 느낄 수 있어 넌 참 섹시하다라고 말하고 싶어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구도 만족친 않아 우린 인격.상상.이성 따윈 지금 필요없어 원.투.스리 베이비 우리들의 파티 우리 둘만의 즐거운 파티 나 이젠 사랑을 알 거 같아컴 온 베이비 난 이제 니거야 상상은 목적없는 방황 인격은 실속없는 과시 고상한 품위 앞에 먼저 기회는 두번 다시 없어 난이미 내가 아닌 거야 네게서 나를 찾은 거야 드디어 사정거리에서 당기는 큐피드 화살 달아나지마 더는 갈 데가 없어 나의 사랑으로만 널 풀 수 있어 움직이지마 다른 시선이 잡혀 너의 사랑으로만 날 풀 수 있어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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