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부끄러운 욕설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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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다가오는 4.11 총선에서 정책대결이 부각되지 않는 점을 개탄하고 각당은 이제라도 정책개발 경쟁에 나설 것을 촉구한바 있다.그러나 최근 여.야 각당은 이와 정반대되는 움직임을보이고 있다.정책대결은커녕 상대당에 대한 욕설과 비방(誹謗)으로 점철된 유인물을 돌리면서 서로 증오와 적개심을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정말 부끄러운 정치문화가 반복되고 있다.
상대당을 공격하는 말 가운데는 「적과 내통하는 정치를 하면서」「파렴치한」「소도둑질」「무식한 사람,천박한 사람」「망나니 칼춤 추는 꼴」「뻗어버린 올챙이」「쓸개 빠진 인사들」같은 모욕적이고 비속한 말들이 포함돼 있다.
이런 야비한 언어들은 몸싸움 때문에 흥분한 나머지 불쑥 튀어나온 말이 아니다.불행하게도,머리를 짜내 만들어 소속 당원들에게 배포한 선전책자 가운데 적혀 있다는데서 문제가 심각하다.맑은 정신으로 상대당을 헐뜯기로 작심하고 지어낸 말 들인 것이다. 그래서 우선 우리가 충고하고 싶은 것은 각당은 이 저질 유인물을 즉각 회수하거나 무효조치 하라는 것이다.인신공격 위주의저질 홍보물은 이번 선거 자체를 저질로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
또 일반 국민에게 다시 한번 정치 혐오증을 불러일 으킬 수도 있다.온존(溫存)한 지역주의 때문에 이번 선거결과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고 있다는 여론이 벌써부터 팽배한 터에 욕설정치로 인한 정치냉소증까지 겹치면 정말 곤란하다.
각급 선거 때마다 양산(量産)되는 정강.정책을 담은 소책자나벽보.포스터등과 같은 선전.홍보물은 시간이 지나면 그 시대의 사회상을 담은 역사 기록물이 된다.아무개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주로 욕설과 비방의 정치를 했다는 말을 듣지 말 기 바란다.상대당을 비방하는데 드는 노력을 보다 좋은 정책을 개발하는데 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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