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심리전의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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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11보(156~173)=156으로 단수한 뒤 158로 집는 수가 좋다. 162는 전보에서 밝힌 대로 선수. 백△로 하나 붙여 둔 효과로 인해 흑은 165까지 A의 단점을 커버해야 한다. 여기서 166(백◎의 곳)으로 먹여칠 때가 흑의 고민이다. 대마가 즉시 살아야 하는데 크게 당하는 수가 눈에 보인다.

‘참고도’를 보자. 흑1로 살면 백2를 선수한 뒤 4로 뛰어드는 수가 발생한다. 12까지 귀의 흑 집은 크게 줄고 백 집은 통통해진다. 이건 너무 괴롭다고 본 쿵제는 실전 167을 먼저 둔 뒤 169로 사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백이 170으로 5점을 빵 따내게 된다. 엄청난 손실이다. 구경하던 서봉수 9단이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젓고 있다. 멀리 좌변에 뿌려 둔 백△, 그 독 묻은 먹이가 끝내 이런 결말을 낳았다. 쿵제가 바보짓을 했지만 불안감을 파고드는 이세돌 9단의 심리전은 진정 놀랍다.

대신 173은 흑 차지가 되었지만 흑은 다시 크게 당했다. 이제 계산은 어찌 되었을까.

▶흑 집=좌상 63집. 하변 5집. 우하 15집. 중앙 7집. 합계 89집.

▶백 집=우상 60집. 좌하 11집. 중앙과 하변 10집. 덤 6집 반. 합계 87집 반. 아직도 1집 반 차이지만 선수가 백의 수중에 있다. 아직 뒤집힌 건 아니지만 손을 뻗으면 잡히는 거리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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