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열심히 땀을 흘린 2000만원짜리 선수에게 기회를 더 주고 싶다”는 그의 ‘잡초론’은 14일 발표된 베이징 올림픽 최종 명단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최종 엔트리 24명의 선수 가운데 군 미필자는 류현진(한화)·김광현(SK)·이대호(롯데) 등 총 14명. ‘병역 면제를 위한 팀’으로 평가됐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와 같은 숫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야구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됨으로써 이번 베이징이 사실상 병역 면제 혜택(동메달 이상)을 받는 마지막 올림픽인 까닭에 야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선물’을 안겨 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게다.
같은 오른손 거포로 시즌 성적에서 앞선 김태균(한화) 대신 이대호를 낙점한 배경도 이런 맥락이다. “1·3루 수비가 두루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병역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김태균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2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때와 달리 선수 선발에 잡음이 일지 않은 이유는 “1·2차 예선에서 수고를 해 준 선수 위주로 뽑겠다”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 24명 중 1·2차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는 임태훈·김현수(이상 두산)·송승준(롯데)·봉중근(LG)·강민호(롯데) 등 5명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엔트리 발표 직후 “선발 기준을 따지는 건 너무 어려운 얘기다. 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보다는 선수와 마음을 모아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회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