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돈·영향력 3박자 갖춘 풀타임 블로거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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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석사 출신의 삼성 연구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경력과 직장을 버리고 인터넷의 바다 한가운데로 몸을 던진 사람이 있다. 이유는 ‘조직에 얽매이다가는 블로그를 충실히 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블로그가 평생 직장보다 중요한 것일까.
‘풀타임(full-time) 블로거’ 김태우(30)씨.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과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삼성SDS에서 정보기술(IT) 관련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3월 말 직장을 그만뒀다.

2004년 9월 블로그 ‘태우’s log-web 2.0 and beyond(twlog.net.)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블로그는 네티즌 사이에 ‘웹 2.0의 교과서’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테크노김치(technokimchi.com)’라는 영문 블로그와 ‘쿱미디어’라는 팀 블로그 등도 운영하고 있다. 요즘 “공부하고 사람 만나고 콘퍼런스(회의) 다니느라” 회사원 시절보다 더 바쁘게 산다는 그를 만났다.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보다 더 전문가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대학생들에게 강의하러 가면 취업을 하지 않아도 ‘풀타임 블로거’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미국에선 블로거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준다. 전문성을 인정받은 블로거가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 경우도 많다. 나도 몇 차례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긴 했다. 지금은 이대로가 좋다. 일주일에 한두 곳쯤 강연하러 다닌다.”

-그래도 수입은 삼성 다닐 때만 못할 것 같다.
“다들 그 부분을 궁금해한다. 난 원래 돈 욕심이 없고, 계획하며 사는 스타일도 아니다. 직장을 그만두기 전과 그 후의 수입을 비교해 본 적이 없다. 강연료도 얼마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주는 대로 받는 편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생활비가 안 든다. 적어도 돈 걱정 때문에 다시 직장에 다녀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만족한다.”

-외국, 특히 미국에선 블로그만으로 큰 돈벌이를 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물론이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 IT 비즈니스 잡지 ‘레드 헤링’의 기자 출신인 옴 말릭의 경우가 그렇다. 2000년 만든 블로그 ‘GigaOm.com’은 웹부터 광대역망과 모바일 분야까지 다양한 분야와 관련한 기술을 다룬다. 하루 방문자 수가 5만 명에 이를 정도로 잘 되자 2006년 6월 전업 블로거를 선언했다. 5~6개의 광고 배너를 달아 놓은 것만으로도 연간 수익이 수만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또 웹 컨설턴트와 디자이너로 일하던 히더 암스트롱은 결혼 후 ‘Dooce.com’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임신, 육아, 피부 관리 등에 관한 글로 인기를 끌었다. 다니던 회사에 대해 쓴 글이 문제가 돼 해고당한 뒤에는 블로그를 통해 얻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특별히 모델이 됐던 외국의 블로거가 있다면.
“미국의 경우 40~50대 지식인들이 자신이 쌓은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대중에게 전한다. 그들에게선 연륜에서 우러나온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내게 특히 모델이 된 블로거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CEO인 조너선 슈워츠다. 우리나라 CEO들이 형식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추상적인 얘기나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업에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을 솔직하고 시원시원하게 펼친다.”

-요즘엔 우리나라에서도 ‘고수’들이 블로그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전문성과 연륜을 갖춘 분들이 통찰력과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블로그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그분들이 계속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외국처럼 확실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으면 한다.”

김정수 기자 · 나고은 인턴기자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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