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의풍속>러시아의 봄맞이 행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서울에선 설날을 맞아 온가족이 즐거움에 젖어있던 지난 19일기자는 모스크바의 유고자파드냐야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러시아식 봄맞이 행사를 시작했다.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지난 6개월동안 문틈을 막아뒀던 종이를 떼낸 다음 창문을 크게 열고 봄공기를 마음껏 호흡했다.
TV에서는 아나운서가 연신 마슬레니차(러시아식 봄맞이 행사)가 오늘부터 시작이라며 새봄이 왔음을 들뜬 기분으로 알리고 있었다. 얼음의 나라 러시아의 봄맞이 행사는 혹독했던 겨울을 털어내는 작업이다.2월말이나 3월초께 시작해 1주일간 계속되는 이 행사는(올해는 19일부터 25일까지)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내야하는 러시아인들의 봄축제다.
고대 러시아시절부터 지켜온 이 축제는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인「파스하」와 시기적으로 겹치는 데다 이 기간 직후부터 이슬람교의 라마단기간처럼 절식기간이 시작되는 등 종교적 색채도 일부갖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그저 즐겁게 먹고 마시며 노는 축일이다.이 기간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파티가 열린다.
크렘린 주변에선 마슬레니차를 기념하는 특별 썰매시합과 불꽃놀이가 열려 기자도 모처럼 가족과 함께 구경을 갔다.12세기에 건설된 건물들과 이들을 본뜬 얼음성 위로 터지는 불꽃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기자의 윗집에 사는 마리나 할머니는 이 기간엔 블리니(밀 전병으로 만든 러시아 전통요리)를 먹어야 한다며 맛있게 만든 블리니 한 접시를 가지고 기자의 집을 두드렸다.블리니를 먹으면 대길(大吉)이 보장된다는 속설과 함께 『블리니 먹 으러 장모집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인들은 이 음식을 즐겨먹고 의미를 부여한다.
모스크바=안성규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