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 프린스號의 '뇌물 오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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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규모 기름유출로 엄청난 해양오염사고를 일으켰던 유조선 시 프린스호(號)소유회사인 호유해운측이 사고수습과정에서 관계공무원들에게 수천만~수백만원씩의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특히 뇌물을 받은 공무원중에는 군수.경찰 서장.해양경찰서장.지방해운항만청장 등 해당 지역의 기관장들이 다수 포함돼있다니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지난해 7월 전남여천군 소리도 앞바다에 좌초되면서 발생한 시프린스호 해양오염사고는 방제작업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피해규모가 엄청났다.당시 주민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바다위에 떠다니는 시꺼먼 기름덩이를 손으로 건져올리면서 몇날의 밤을 지새워야했다.그렇지만 피해배상을 둘러싼 피해 어민들과 사고회사측의 협상은 양측의 주장차이가 너무 커 아직도 타협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동안 협상과정에 군수 등 기관장들이 중재를 서기도 했다니 주민들로서는 특히 분통이 터 지지 않겠는가.
지자제 실시 이후 군수가 뇌물혐의로 구속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직선제군수가 자신을 뽑아준 주민들의 생계를 담보로 뇌물을 받았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또 경찰서장.해양경찰서장 등이 사고회사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경찰측은 방제작업 동원병력의 특식비.피복비 등에 썼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을지 모르나 공개적으로 내세울 일은 못된다고 본다.
사고회사는 가해자.피의자 신분이고,경찰은 이들을 불러 사고경위와 책임소재를 밝혀내야 하는 입장이다.불가피하게 경비지원을 받아야 했다면 공개적으로 떳떳이 받았어야 한다.
기름유출사고로 바다를 엄청나게 오염시킨 기업이 또다시 이 지역을 온통 뇌물공해로 더럽힌데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사고를 낸 선박회사 임직원들은 공무원에게 줄 뇌물을 들고 피해어민들을 찾아다니며 고개를 숙였어야 했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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