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독(毒) 묻은 먹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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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제10보(136~155)=136에서 143까지 하변이 그럭저럭 정리된 뒤 이세돌 9단은 느닷없이 144로 붙여갔다. 쿵제는 수가 안 됨을 알고 즉각 145로 받아 챙긴다. 추격을 위해 한 집이 안타까운 백엔 그야말로 치명적 손해. 그러나 이세돌의 이런 손해수는 독이 묻어 있으므로 쿵제는 조심해야 한다.

‘참고도1’ 백1에 흑2로 이으면 3, 5로 움직여 바로 수가 나는 모습. 대마의 사활 관계상 백 A나 B가 모두 선수라 사고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흑은 ‘참고도2’ 흑2로 따내면 된다. 백3으로 끊어도 4, 6으로 뒤를 조인 다음(7=이음) 8로 단수하면 백은 이을 수 없다. 백C, 흑D로 엄청난 손해만 보고 만다. 여기까지가 쿵제가 읽은 회심의 수읽기.

한데 무대가 바뀌어 이세돌 9단이 146, 148로 준동할 때 쿵제는 초읽기의 황급함 속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까먹고 만다. 149는 흑E가 선수임을 강조한 수. 하나 ‘참고도2’를 돌이켜보면 백F가 선수다. 바꿔 말해 흑E는 선수가 아니다. 따라서 149는 전혀 딴 응수가 필요했으나 쿵제는 이세돌의 마법에 홀린 듯 정신 없이 빠져들고 있다.

150부터 철옹성 같던 흑진 속에서 백의 게릴라들이 준동하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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