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매도’ 종목 눈여겨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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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4일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2200억원어치를 팔았다. 2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 사상 최장 순매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판 액수는 7조원을 훨씬 웃돈다. 상반기 18조7000억원을 순매도,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매도세를 나타냈다. 외국인 ‘팔자’ 매물에 코스피지수는 5월 19일부터 하락, 14일까지 17.5% 떨어졌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다. 외국인이 보유 주식을 팔았다기보다 주식을 빌려 판 ‘공(空)매도’가 많았다는 얘기다. 공매도한 주식은 언젠가 현물로 되사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외국인이 빌려 판 물량이 많은 종목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 집중한 외국인=지난달 9일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94%였다. 그간 연일 ‘팔자’에 나섰지만 11일 현재 외국인 비중은 30.44%로 0.5%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데도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외국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았다기보다 대차거래를 통해 공매도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사상 최대치에 달한 대차거래 잔액이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일 현재 대차거래 잔액은 25조2941억원이다. 지난해 말(15조8730억원)보다 60% 늘었다. 대차거래의 대부분(90%)은 외국인에 의해 이뤄진다. 대차거래는 말 그대로 주식을 빌리는 거래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공매도, 하락분만큼 이득을 취한다. 당장 고가에 주식을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싸게 되사 주식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뒤집어 말하면 대차거래 잔액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주식을 되사 갚아야 하는 물량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 된다. 이를 ‘쇼트커버링’이라고 부른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쇼트커버링을 염두에 두고 대차거래 잔액이 급증한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공매도 많은 종목은=증시가 하락세에 접어든 5월 1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하이닉스의 대차거래 잔액은 8796억원 증가했다. 시총(14일 종가 기준)의 8%를 웃도는 수치다. 이 기간 주가는 22% 폭락했다. 이어 우리금융(3730억원)·국민은행(2839억원)·GS건설(2762억원) 순이었다. CJ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증시가 반등할 때는 대차잔액이 늘어난 종목을 중심으로 강한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차잔액이 늘고 낙폭이 큰 종목으로 한진중공업·LG전자·현대차·동부화재·현대중공업·금호석유를 꼽았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IT)·금융·운수장비(자동차·조선)의 대차잔액이 크게 늘었다. 우리투자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이들 업종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 업종인 동시에 기관이 꾸준히 매수한 업종”이라며 “향후 반등 시 쇼트커버링을 유발하면서 의외로 강한 반등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없는 주식까지 빌려서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는 건 해당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비관적인 시각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있다. 바닥을 확인하고 매수에 가담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원화 강세 정책으로 수출주인 IT업종의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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