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더위 … 노인 열 피로·열사병 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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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환경에 대응하는 생리작용 반응이 느리므로 한낮 활동을 삼가고, 갈증에 대비해 물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

연일 전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지는 등 찜통 더위가 시작됐다. 후덥지근한 무더위와 복더위는 특히 노인 건강을 위협한다. 노인은 혈액 순환·발한 반응 등 더위를 조절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 노년기에 많은 심혈관 질환 역시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또 뇌기능 감소와 뇌질환은 더위에 대한 대처도 느리다. 이 때문에 해마다 폭염 때 노인 사망률이 증가한다. 찜통 더위를 슬기롭게 하는 여름나기를 찾아본다.

◇왜 노인이 무더위에 약한가=정온동물인 인간은 무더운 날엔 땀 분비 증가·혈관 확장·맥박 감소·소변량 감소 등을 통해 체온 상승을 막는다. 노인은 이런 변화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게다가 노화는 지방·근육량·수분량 등을 감소시켜 같은 상황에선 탈수에 쉽게 빠지는 체질로 변한다. 만일 당뇨병·고혈압·뇌졸중·심혈관질환 등 지병이 있다면 이런 상황은 더 쉽게 악화된다.

이 때문에 노인이 더위에 노출되면 열 경련이 열 피로, 열사병 등으로 진행해 쉽게 사망한다. 열사병은 자칫하면 사망으로 이어지는 의학적 응급 상황이다.

실제 폭염이나 열대야가 시작되는 ‘첫날’에 노인 사망자가 많다. 여기에 치매·뇌졸중·파키슨 병 등 뇌질환을 앓는다면 더위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게다가 거동까지 불편해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특히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 부위에 뇌졸중이 온 경우엔 치명적인 상황이 된다.

◇언제든지 시원한 환경과 물 공급=더위와 관련된 이런저런 위험을 피하려면 ‘항상’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인 섭씨 26도 근처에서 머무르고 활동해야 한다. 따라서 집에 냉방 시설이 부족한 노인은 낮 시간 그늘과 에어컨 시설이 잘 돼 있는 관공서·은행 등을 이용해 보자. 탈수 예방을 위해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통상 탈수 땐 갈증과 함께 소변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폭염 땐 노인 본인과 보호자는 소변을 평상시처럼 보는지에 유념해야 한다. 건강한 노인은 3~4시간마다 한 번씩, 전립선 비대증 등 비뇨기 질환이 있을 땐 이보다 훨씬 자주 화장실에 간다.

젊은 층은 땀과 함께 빠져나가는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이온 음료를 마셔야 하나 노인은 미각이 감퇴한 탓에 평상시 음식을 짜게 먹기 때문에 따로 염분을 보충할 필요 없이 물만 마셔도 된다. 물론 평상시 싱겁게 먹는 노인이라면 가끔씩 물 대신 이온 음료를 한두 잔 마셔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낮 활동 삼가고, 영양보충 잘 해야=부지런한 신체 활동은 노인 건강의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여름철 한낮은 예외다. 실제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낮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여름철 신체 활동은 새벽이 가장 좋다. 만일 노인이 더운 날 갑자기 기운을 못 차리고 눕거나 쓰러질 땐 즉시 응급실로 이송하자. 더위로 인해 뇌의 체온조절 중추가 고장나면서 체온 자체가 급속히 올라가는 열사병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엔 노인 역시 신진대사가 증가하므로 적절한 영양 보충도 필요하다. 칼로리 보충을 위해선 생선·닭(껍질보다 흰 살)·달걀·우유·콩 등이 권장된다. 노인은 이열치열(以熱治熱)식 더위 극복은 금물이다. 따라서 한낮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탕을 먹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

비타민과 무기질 공급은 영양제보다 제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당뇨병 환자는 과일에 당분이 많다는 점을 유념해 채소 위주로 먹는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김철호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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