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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직.외국인 회사 선호-달라지는 대졸여성 취업경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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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졸 여성들의 취업 경향이 달라지고 있다.교직.약사 등 전통적인 인기직종의 선호도가 수그러든 반면 세계화 추세를 타고 국제변호사.변리사.채권딜러.자금전문가 등 길게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전문직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그런가하면 너나 할 것 없이삼성.대우.LG 등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는 상황 속에서도 착실한 중소기업을 택해 일을 배운 다음 3~4년 후에 작지만 「내사업」을 차리겠다는 창업지향형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지난해 모여대 영문과를 졸업,현재 미국 시카고대에 유학중인 임승현(24)씨는 행정학석사를 딴 다음 유엔기구에서 행정전문가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졸업후 바로 대기업이나 언론사 등에 도전하는 친구들도많지만 「유학=대학교수」의 등식에 매달리지 않고 해외에 나가 전문직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경향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지난해 패션전문학교인 「ESMOD서울」을 나와 유명디자이너부틱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황나리(23)씨는 『규모는 작지만 원단및 부자재 구입부터 판매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큰패션회사보다 좋다』며 자신이 서면 언제라도 독립 ,자기 가게를꾸밀 꿈에 부풀어 있다.
다국적기업 등 외국인 회사를 선호하는 것도 요즘 여대생들의 뚜렷한 특징.지난해 8월 취업정보기관인 리크루트사가 전국 3,4학년 여대생 9백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외국인 회사를 희망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20%로 가장 많 았다.남녀 동등한 대우,해외진출 가능성,고소득 등이 외국인 회사를 좋아하는 이유로 꼽힌다.
연세대 김농주(金弄柱)취업담당관은 『국내 기업의 문이 상대적으로 좁은 만큼 우수한 여성인력이 외국인 회사쪽으로 몰리는게 사실』이라며 모토로라.시티뱅크.P&G 등 유명회사일수록 인기가높다고 말한다.
그는 또 종전처럼 가만히 앉아 일하는 사무직보다 유통회사의 영업관리직,금융업체의 금융마케팅 등 현장을 뛰어다니는 쪽을 원하는 여학생이 많아졌다고 밝힌다.「고인 물」보다 변화와 가능성이 큰 「열린 공간」에서 일하기를 바란다는 것.9 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한국통신.무역진흥공사 등 공사(公社)의 인기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화여대 취업지도실 표경희(表慶姬)실장은 『근래의 가장 뚜렷한 대졸여성 취업경향이라면 단연 전문직종 지향성』이라고 지적한다. 『장래성.전문성.보수를 모두 따집니다.남녀차별은 없는가,승진은 순조로운가에도 관심이 높지요.그러다보니 언론사나 행정고시.외무고시.사법고시같은 고급공무원.변리사 등에 도전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특히 그동안은 워낙 소수여서 특별한 사람들이나할 수 있던 것으로 인식돼온 국제변호사.국제회의통역사 등에 눈을 돌려 학부때부터 외국 로스쿨 진학 준비에 착수하는 등 적극성을 보인다는 것.
「내 사업갖기」추세도 액세서리 가게나 옷 가게 등 단순판매직보다 영화편집.출판기획.보석세공.외식산업.코디네이트.디스플레이등 창의력을 발휘할수 있는 전문분야쪽으로 넓혀지고 있다.이에 따라 외국으로 6개월~2년의 기능 위주 단기유학 을 떠나거나 각종 사회기관이 마련하는 창업준비교실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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