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 믿고 농약 뿌렸다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기상청의 예보가 또 틀렸다. 주말에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나들이를 나갔던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적으로 때 이른 무더위가 기세를 떨친 지난주 기상청은 “11일 비가 와 더위가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일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자 기상청은 11일 “12일 전국이 구름 많은 가운데 충남 서해안과 제주도에만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를 바꿨다. 하지만 토요일인 12일 장대비가 쏟아졌다. 서울지역 50.5㎜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최고 57.5㎜(경기도 문산)가 내렸다. 기상청을 믿고 나들이를 나섰던 시민들은 예기치 못한 빗줄기에 곤욕을 치렀다.

시민들은 기상청 자유게시판에 “기상청만 믿고 농약을 쳤는데 헛수고했다”(이한석씨), “오랜만에 가족 여행 계획 세우고 펜션까지 빌렸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김연화씨)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상청 김영화 통보관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력해 중국 쪽에 있던 장마전선이 서해안에 닿을 뿐 한반도 안쪽으로는 더 못 들어올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구름대가 50㎞ 정도 북동쪽으로 움직여 서울·경기지역에 비를 뿌렸다”고 해명했다. 김 통보관은 “수퍼컴퓨터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예측 모델이 향상되고 관측자료가 풍부해야 한다”며 “서해종합해양기상관측기지를 세운 것도 자료를 더 확보해 예보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의 오보가 잦자 10월부터 기상청이 홈페이지에 제공할 예정인 ‘동네 예보’의 신뢰성도 의문시되고 있다. 전국 날씨도 틀리는데 개별 동네 날씨를 어떻게 맞히느냐는 것이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는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과 강북은 일기가 다른 경우가 있다”며 “동네 예보까지 하려면 시민에게 정확한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