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Earth Save Us] ‘입시 열풍’에 녹아내리는 환경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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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K중학교에서 6년간 환경 과목을 가르쳐 온 김모(30) 교사는 지난달 학교로부터 “다른 학교를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제2외국어 과목을 신설하기 위해 환경 과목을 없애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2, 3학년 과정에 환경이 선택 과목으로 있었다. 김 교사는 “학교의 교과목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을 택한 것”이라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과목은 유지될 거라 생각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수원의 사립 Y고 배모(34) 교사는 교감에게 “환경 과목 대신 공통과학을 가르쳐 보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 환경 과목을 없애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 교사는 “다른 과목을 가르쳐야 할지 몰라 교육대학원에 등록했다”며 “환경 교육의 가치가 아직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 자율화 조치로 교육 과정 운영이 자유로워지면서 학교들이 입시 위주로 교육 과정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환경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지정했던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역 교육청도 자율화 흐름에 따라 지침 폐지를 검토 중이다. 환경 과목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안해 1995년 중·고교 과정에 도입됐다.

◇거꾸로 가는 환경 교육=현재 중·고교에 개설된 환경 과목은 ‘환경’과 ‘생태와 환경’이다. 학교 사정에 따라 주당 1~4시간 편성한다. 2006년 환경 과목을 선택한 중학교는 13.4%, 고교는 29.8%였다. 인천 지역 중·고교가 선택한 비율은 6.8%, 서울과 강원도는 8.0%에 불과했다. 환경 수업을 채택한 학교 가운데 일부는 해당 시간에 입시 공부를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내신성적에 반영이 안 돼 수업을 건성으로 듣는 학생도 있었다.

여기에 환경 과목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환경 교사들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생물 과목 교육대학원 진학을 고려 중인 안산 D고 김모 교사는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 지역의 한 여고 교사는 “초임 때부터 부전공 과목으로 전과 압력을 받아 왔다”며 “환경 교사로 사는 게 꿈인데 참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인식 높아져야”=한국환경교사모임(회원 400여 명)은 환경 과목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을 벌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를 정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만큼 환경 과목을 최대한 많이 선택하도록 학교 관리자와 학생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임 대표 황유경(안산 부흥고) 교사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생태적 감수성을 기르는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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