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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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강우석.김유진.박종원.박철수.장길수.장현수.정지영등 국내 중견감독 7명의 릴레이식 연출로 화제를 불러모았던 영화 『맥주가애인보다 좋은 일곱가지 이유』가 17일 개봉된다.『맥주…』는 한명의 주인공이 겪는 하나의 스토리를 일곱개로 나 누어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한 새로운 형식의 영화.옴니버스 영화의 경우 에피소드가 독립적이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다르게 설정되는데 비해 『맥주….』는 연출자가 여러명이지만 결과는 한편의 장편영화라는 점이 특징이다.
스토리는 술 때문에 망한 집안의 자손인 재미교포 조나단(한재석)이 한국으로 건너와 7명의 여자를 만나면서 겪는 얘기.
첫번째 이유는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조나단이 일하는 음반회사 여대표(신희조)와 관계를 맺다다른 여자에게 눈독들이면서 맥주세례를 받는다는 얘기.
두번째 이유는 「언제나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얌전해서마음에 들었던 여자(이선미)와 자고 나서 처녀가 아님을 알고 난뒤의 탄식.
세번째 이유는 「맥주는 친구와 나누어 마실수록 더 맛있다」.
자유분방한 여자리포터(김예린)와 원색적인 관계를 맺다 나중에 후배와 삼각관계가 되면서 상처받는 얘기.네번째 이유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마실 수 있다.」 다섯번째 이유는 「맥주는 언제 어느때나 따먹을 수 있다」.깐깐한 여자 시나리오 작가(임상효)를 겨우 유혹했지만 마침 그날이 생리중이어서 돌아선 직후의 독백.
여섯번째 이유는 「맥주는 상표만 보고도 그 품질과 맛을 알 수 있다」.지금까지 만난 여자중에서 가장 완벽한 여자(문수진)를 만났지만 잠자리에서 알고 보니 게이.
일곱번째 이유는 「한번 마신 맥주를 평생 마셔야 할 의무는 없다」.이상형의 여자를 찾던 조나단이 술에 만취해 옆집 여자(방은진)와 동침한뒤 결국은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하게 된다는 결말이다. 이 일곱개의 이유를 통해 『맥주…』는 젊은 남성들이 여자에게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그 방식은 농담이다.일곱명의 감독이 걸어 오는 농담은 부담없고 유쾌하다.착상이 기발하고 수사와 유머에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그러나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쩐지 공허한 느낌이 든다.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농담을 거는 방식은 「영화적」이라기 보다는 「광고적」이다.재기발랄한 수사와 유머는 어떤 상징적 의미도 던져주지 못한채표면에서 거품처럼 부글거릴 뿐이다.
그래서 일곱편의 에피소드가 포장만 다르지 기본적으로 한가지 원판의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준다.15분짜리 에피소드 하나에 한번씩 등장하는 진한 섹스신에 그 혐의가 간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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