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경기가 악화되고 물가 상승률이 높아져 정책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선 한은이 부여받은 본질적 업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또 “물가 불안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발전할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공공요금도 인상을 보류해 둔 것이 있어 향후 상승 압력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가상승률이 올 하반기 5% 밑으로 내려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발언은 시장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쪽으로 받아들여졌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본부장은 “이 총재의 발언 중 물가에 관해 강조한 부분이 많다”며 “향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유럽에 이어 미국이 8월 정책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물가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한은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크다”며 “연내 한두 번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사흘 만에 반등했으나 오름폭은 크지 않았다. 국채금리의 경우 3년짜리가 연 6.01%로 전날에 비해 0.02%포인트, 5년짜리는 6.09%로 0.03%포인트 올랐다. 채권시장에선 이미 금리 상승 기조가 많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남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