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KBS "북한의 식량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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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8일 방송된 KBS 『일요스페셜-북한의 식량난』은 시청자들에게 부끄러움과 동정심과 배반감을 동시에 던져줬다.이는 북한 수해상황에 대한 철저한 사실취재의 결과였다.
북한 수해 이후 세계 각국은 유엔을 통해 2천8백만달러 상당의 구호품을 보냈다.그러나 파키스탄까지 올라 있는 지원국 명단에 「KOREA」는 없었다.부끄러웠다.
『「아버지,아버지」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시장바닥에 한 나그네가 굶어 죽어 있었다.』-최근 북한을 다녀온 중국 동포의 증언이었다.동족에 대한 진한 연민이었다.
다음은 CNN.BBC등 서방 방송사들이 취재한 처참한 수해상황이 보여졌다.뒤를 이어 신임 통일원 장관은 『북한 수해상황이심각한 식량난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한다.그러나 『일요스페셜』은 결코 장관의 태도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북한에 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제공하려 노력했다.
국민들에게 북한의 상황을 올바로 알리고 같은 동포로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판단을 내리게 하자는 의도가 엿보였다.
『배급이 절반으로 줄었다.』『남새(채소)를 섞어 겨우 먹고 산다.계속 원조를 바란다.』서방보도진이 취재한 북한주민들의 많은 증언이 이어졌다.이는 「최근 극도의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중국으로 탈출한 북한 주민이 1천명을 넘는다」는 중앙일보 12일자 1면보도에서도 뒷받침됐다.KBS가 직접 얻어낸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서 쌀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중국교포의 한마디는 이 프로의 가장 빛나는 성과였다.
『일요스페셜』은 「북한을 돕자」는 등의 메시지를 끝까지 직접말하지 않았다.다만 철저한 사실 전달로 보다 진한 메시지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부족한 취재를 메우기 위해 섣부른 주관을 늘어놓기 일쑤인 많은 시사보도.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안이한 제작태도를 이 프로는침묵으로 고발한 셈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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