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디자이너,미시브랜드 개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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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디자이너의 감성이 담긴 옷,하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를 기죽이지 않는 옷.
한정된 소수만을 위한 고급옷 만들기에 주력해왔던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보다 대중적인 가격과 디자인의 새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일명 「세컨드 브랜드」라 불리는 이들 브랜드는 디자이너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20~30대 소비자를 겨냥,디자인에 젊은 감각을 살리고 가격도 원래 브랜드의 40~60%선인 경우가 대부분.
진태옥.이신우.김동순.이영희.신강식에 이어 올봄부터 김영주.
안피가로.루비나등이 각각 영주 김.두지엠.루비나 투라는 세컨드브랜드로 소비자와 새롭게 만난다.
원래 세컨드 브랜드는 뉴욕.도쿄등 해외 패션계에서 비롯된 것.도나 카란 컬렉션으로 유명한 미국 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88년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다 편하고 활동적인 브랜드 DKNY를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이밖에 장 폴 고 티에의 JPG,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엠포리오 아르마니,앤 클라인의 앤 클라인Ⅱ,캘빈 클라인의 CK등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컨드 브랜드들.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이같은 세컨드 브랜드 선풍과 관련, 패션 관계자들은 소위 「틈새시장」의 부상을 그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근래 패션업계 최대의 구매 세력으로 떠오른 이른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미시층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는 것.
이들 세대는 패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남과 다른 특별한 옷을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 값비싼 디자이너 브랜드를 사 입을 만한 여건은 되지 않는다.디자이너들의 세컨드 브랜드는 일반 의류업체브랜드 옷보다 약간 높지만 디자이너의 「이름값」을 감안할 때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삼성패션연구소 선임연구원 신혜영씨는 『세컨드 브랜드는 소비자와 디자 이너 모두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평가한다.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소비자를 확보하게 돼 사업적으로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탄생 초기엔 적잖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는게디자이너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울티모와 별도로 90년 세컨드 브랜드인 운 알트로를 만들었던 디자이너 김동순씨는 『처음엔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 백화점에 매장 확보 조차 어려웠다』고 말한다.하지만 현재 운 알트로는 모(母)브랜드인 울티모에비해 매출 비중이 4대6에 육박할 만큼 성장했다고.
한편 디자이너의 생명이라할 창의적 아이디어를 계속 발굴하기 위해서도 세컨드 브랜드는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많다.대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40~50대 중년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첨단 경향을 선보여야할 해외 컬렉션 참가를 위해선 평소 의 일과 동떨어진 작업을 벌여야했다.
디자이너 김영주씨는 『세컨드 브랜드 영주 김은 지난해 밀라노컬렉션 출품작을 위주로 구성된다』며 젊은 감각을 잃지 않기위해서도 많은 디자이너들이 세컨드 브랜드 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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