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근 脫北2人이 말하는 체험담-김준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소문이 아니었다.이달초중국의 동북3성 취재기간중 최근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을 직접만나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탈북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인터뷰 대상자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 을 사용하고 사진은 특수처리했다.
-북한에서 무얼 했나.
『평양사범대 졸업후 황해북도 봉산군에서 교원생활을 하다가 87년 10월부터 함북은덕군의 수지용품공장 경비원으로 일했다.』-탈출 동기는.
『86년 중국에 머무르다 중국.남조선의 발전상을 접하고 사상동향이 1백80도 바뀌었다.그러던중 딸(35)부부의 이혼과정에서 사위(37.트랙터 운전사)가 과거 나의 김정일 비판발언을 문제삼으며 협박했다.이를 친구에게 상의했더니 오히 려 보위부에밀고해 탈북을 결심했다.』 -탈출은 어떻게 했나.
『지난해 7월 중순 딸과 함께 중국 도문(圖們)과 가까운 남양쪽에서 두만강을 헤엄쳐 탈출했는데 물살이 급해 죽을뻔 했다.
』 -탈출후 한국정부에 도움을 요청한적 있나.
『물론이다.대사관에 사람을 통해 연락했으나 무슨 이유인지 곤란하다는 말만 할 뿐이다.』 -어디로 가기를 희망하는가.
『체포된다는 공포심만 없다면 중국도 천당이다.탈출 초기에는 연길만 오면 한국영사관이 있어 한국정부가 받아줄 것으로 믿었다.북조선에서는 지난해초 「무산에 사는 한 부자(父子)가 도망쳐중국 연길 한국영사관에 갔으나 받아주지 않아 거 리를 헤매다 조선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역선전을 벌였다.』 -주민생활과 김정일 평판은 어떠한지.
『92년부터 식량배급이 제대로 안돼 강냉이로 연명한다.늙은이들이 굶주림 끝에 병으로 죽는 일이 허다하다.주민들은 내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김정일을 「무서운 독재자」라고 생각한다.식량배급.부정부패.범죄급증등을 들먹이며 모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다.옛날에는 이것도 불가능했다.』 -김정일체제가 오래 갈 것으로 보는지.
『김정일은 반대세력이 많아 앞으로 5년내에 암살당할 것이다.
94년 발생했던 6군단사건(함북지역 주둔군)과 호위총국의 반란기도등이 그 단적인 사례다.6군단 사건때는 군관 1백여명이 체포되고 군단 전체가 해산되는등 북조선 전역이 떠들 썩했다.』 -불만이 가장 심한 계층은.
『행정기관 하급간부와 지식인층의 불만이 격심하다.이들은 살기도 힘들고 감시까지 심하게 받는다.말과 여행을 마음대로 못하고권세있는 놈들만 잘 사는데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다.』 -탈주후 6개월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안해본 일이 없다.못사는 나라에서 온 탓인지 가는 곳마다 천대와 멸시를 받는다.기가 막힐 뿐이다.하도 답답해 점쟁이를 찾아갔더니 이름이 나쁘다고 해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연길=이양수.최정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