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개봉 화제의 영화 2편-"브로드웨이를 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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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누구나 성공하길 바란다.그러므로 성공만큼 경쟁률이 센 것도 없다.10일 나란히 개봉되는 우디 앨런감독의 『브로드웨이를 쏴라』와 구스 반 산트감독의 『투 다이 포』의 주인공들은 수단을가리지 않고 성공을 갈망한다.양심을 팔고 타협하 는가 하면 성공에 장애가 된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우디 앨런과 구스 반산트는 이 주인공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그릇된 가치관에 날카로운풍자의 칼날을 들이댄다.
『브로드웨이를 쏴라』의 주인공 데이비드 셰인(존 쿠삭 扮)은브로드웨이에서의 출세가 꿈인 가난한 극작가다.그는 야심작을 탈고했는데 무대에 올릴 돈이 없다.제작자를 찾아나섰지만 『브로드웨이는 예술하는 데가 아니다』란 핀잔만 들을 뿐 이다.
그런데 그에게 생각지도 않던 물주가 생겼다.
조건은 3류 코러스라인의 쇼걸 올리브(제니퍼 틸리 扮)를 조연으로 캐스팅하는 것.갱두목의 애인인 올리브는 깨진 목소리에 대본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무식한 여자다.
조건을 수락한 날 밤 셰인은 자다가 벌떡 일어나 『나는 창녀다.나는 갈보다.
성공을 위해 예술과 작품을 모두 버리다니.이건 악마와의 거래야』라고 치를 떨면서도 유혹과 타협한다.
올리브를 커버하기 위해 셰인은 이름난 배우들을 캐스팅한다.주연여배우 헬렌 싱클레어(다이앤 위스트 扮)는 한물간 퇴물이지만여전히 자기가 최고라고 믿는 「공주병」환자다.그녀는 자신에게 섹시한 매력을 부여하지 않은 대본을 뜯어고치기 위해 셰인에게 접근하고,셰인은 또한번 유혹과 타협해 대본을 계속 수정한다.자기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극작가에,편집증 환자같은 배우들 때문에 연극연습은 난항을 거듭한다.그런데 엉뚱한 데서 돌파구가 뚫린다.올리브의 보디가드로 리허설을 지켜보는 갱단원 치치(채스 팔민테리 扮).셰인에게 연극의 상황설정과 대사가 전혀현실적이지 않다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말을 넣으라고 충고한다.
예술과 담을 쌓고 살아온 깡패 치치는 의외로 극작가로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한다.그의 비결은 실제 생활을 예술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셰인은 점점 치치에게 의존하게 되고 연극은 브로드웨이의 대성공작이 된다.예술의 아이러니다.
정작 셰인은 성공에 들떠 작품을 망치는 올리브를 참아내지만 치치는 올리브를 쏴죽이고 만다.그리고는 성공의 절정을 치닫는 무대 뒤에서 두목의 부하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사랑조차 버리고 브로드웨이에 매달렸던 셰인은 결국 재능의 한계 를 인정하고「행복한」교사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브로드웨이를 쏴라』는 쇼걸과 깡패의 천국이었던 2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가 무대.하지만 인물과 내용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다.우디 앨런은 특유의 수다스런 독설로 소위 예술과예술가들에 대한 조롱을 퍼붓는다.
출연배우들의 완벽한 호흡과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20년대 재즈의 명곡들은 「플러스 알파」의 즐거움이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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