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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단>公正委는 中企 지원부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장관급 「신분상승」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제 제대로 일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아래서만 유지될 수 있는 시장경제의 「파수병」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는 형국이다.새로 태어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소기업청과 더불어 중소기업 육성의 양축이 되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본연의 역할에 어긋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크게 경제력집중을 완화하는 한편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공정거래질서 확립)하는 일을 하는 기구다.
지난 30여년동안 불균형 성장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온 관행으로 미뤄 볼 때 경제력집중 완화는 필요한 정책이었다.
특정개인이나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크게 되면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력집중은 어디까지나 공정거래질서를확립한다는 상위(上位)의 정책목표를 이루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라는 점이다.그 자체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유의 정책목표가될 수 없다.
그럴진대 공정거래위원회를 대기업을 억누르고 그 반사이익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구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대기업을 감시하는 것으로 규정해 마치 중소기업이 공정거래의 예외부문인 것처럼 비쳐지면 더욱곤란하다.
제대로 확립된 공정거래질서 아래서는 공정한 상관행을 지키면 어느 기업이든 승자가 되고 불공정한 상관행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어느 기업이든 패자가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엄정한 법집행으로도 모자라면 남아있어야 할 기업과 도태시켜야 할 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소비자의 냉엄한 분별력이 있다.여기에 대기업.중소기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능을 강화해야 할 곳은 다른데 있다.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공정거래제도와 여타 경제정책등의 연계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쪽에서는 국내의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다른 쪽에서는 경쟁을 저해하는 정책이 추진되는 혼선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타 부처도 공정거래질서를 바로잡는 일에 동참해 단기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정책은 스스로 자제하는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급히 연계성을 회복해야 할 부문은 무역.산업정책이다.특정국가로부터의 수입을 금지하는 수입선다변화제도,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산업합리화.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민간기업의 경쟁참여를 배제하는 공기업운영등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다.
국가시책이라는 이름아래 그동안 당연시해 오던 국내산업보호시책들을 이제 공정거래의 시각으로 재조명해 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이 애써야 할 부문은 공정거래정책의 「국제화」다.
이제 공정거래정책은 국제현안이다.
나라마다 공정거래제도가 다를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이 같다해도그 법의 집행강도가 달라 국제적 마찰이 일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가 눈감아 주는 각종 비경쟁적인 제도와 상관행이 국제적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한시 바삐 공정거래제도와 그 집행을 국제적 기준에 맞도록 바꾸어 가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질서의 기본정신은 「같은 능력을 가진 자에게 같은 기회를 주자」는데 있다.그래서 공정거래질서는 시장경제 수호를 위한 마지막 보루(堡壘)라 한다.
그래서 누구나 지켜야 할 「경제헌법」이고 그 질서를 바로잡는것이야말로 「경제 바로 세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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