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거점학교 스타강사에게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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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교육청에서 진행 중인 중등 방과후 거점학교수업이 학생·학부모 사이에 화제다. 10개의 거점학교에서 450여개 강좌가 진행 중이지만 갈수록 희망자가 늘어 수업을 더 늘려야 할 판이다. 자연히 인기교사도 뜨고 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해당 학교 학생들보다 오히려 참여율이 높은 강좌도 속출하고 있다. 사설 학원의 인기강사를 방불케 하는 스타교사 3인을 만나 방과후 거점학교 수업에 대해 들어봤다.


김지혁(이하 김): 방과후 거점학교수업이 최근 공교육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인기 비결이 무엇인가.
이진웅(50·수학·영동중·이하 이진): 이 수업은 철저히 학력신장을 목표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수준별 수업으로 진행돼 집중도도 높고 일반 교과수업보다는 여유 있게 질문에 답해줄 수 있어서 좋다.
허미선(26·국어·서운중·이하 허): 교과수업이 45분 수업인데 반해 방과후 수업은 90분에 이른다. 그만큼 심화수업을 할 수 있다. 또 다른 학교 학생들이 섞여있어 자연스레 경쟁의식도 생겨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이재호(35·과학·서운중·이하 이재): 기본적인 목표는 학력신장이지만 인성교육을 간과하지는 않는다. 평소 수업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아이들을 보다 인간적으로 대할 수 있어서 좋다.
이진: 사교육비 절감도 무시 못하는 효과다. 일반 학원의 1/3수준인 4만~5만원에다 담당 교사들의 세심한 학습 상담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김: 학생이나 학부모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듣고 있는가.
허: 재수강률이 아주 높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맡고 있는 강좌의 경우 6명이 추가로 등록했다. 학교교사가 직접 가르친다는 점과 출결체크나 자체평가를 실시해 지속적으로 아이들의 학력 신장을 돕고 있다는 점이 어필하고 있다.
이진: 분기별로 별도의 평가를 실시하는데 단순히 성적보다는 문제해결력 향상이 눈에 띄어 학부모들의 반응이 꽤 좋다. 현재 1학년 상위 클래스를 맡고 있는데 외부 학생이 30%정도 수강하고 있다.
이재: 우리학교는 전체 학생의 90%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큰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학교 수업으로 충분히 학력신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김: 일각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 동감한다. 내신 3%이내에 드는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특목고 준비생들인데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은 정보 제공과 입체적인 입시 컨설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 결국 중위권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런 면에서 아직 학교교육이 학생·학부모에게 전반적인 신뢰를 못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허: 과목당 좀더 세분화된 단계가 적용돼야 한다. 아이들의 실력에 맞춰 좀더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이재: 학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시행돼야 한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이는 힘들다.

김: 재충전의 시간에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자칫 일반 교과 수업시간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다.
허: 충분히 스스로 템포를 조절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 조금 힘든 건 문제가 아니다.
이진: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에 교사가 옆에서 돕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교과수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재: 기본적으로 수업의 성격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상관없다. 방과후 수업에다 EBS 강좌까지 참여하고 있다. 오히려 다른 성격의 수업을 많이 진행하다보면 일반 교과수업에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가.
이진: 보충교재로 시중의 자습서를 활용하기도 한다. 교과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주로 문답 형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과 수업 중에 이해가 되지 않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문 받아 해결해 주는 방식이다.
허: 시험기간에는 내신을 위해 시중교재를 활용한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교재를 직접 제작한다. 평상시 하기 힘들었던 논술 수업 및 첨삭지도도 병행하고 있다.
이재: 문제집과 워크북을 선정해 이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4~5시간의 진도를 앞서나가고 있는데, 시험기간에는 이를 다시 복습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또 틈나는 대로 부모와 함께하는 과학문화체험캠프도 실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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