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행복한공부] "나만 힘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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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입니다.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이 잘 오지 않거나 오래 자는데도 개운치 않다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요.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물론 학습 능력도 떨어집니다.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뇌는 잠자는 시간을 이용해 전날 공부한 내용에 대한 기억을 고정시키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가 충분히 기능을 못한다는 거죠. 잠을 편히 자는 것은 단지 신체 건강뿐 아니라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답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잔병치레도 늘어납니다. 평소 멀쩡하다가도 시험 때가 되면 두통이나 배탈에 시달리거나 시험 기간이 아닌데도 늘 무기력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그런 예죠.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 잔병을 앓다 보면 자연히 학습 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스트레스는 보통 불합리한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요. 중학 2학년생인 희선이(가명)는 시험을 2주일 정도 앞두고 공부할 시간이 너무 없다며 걱정이 태산이었어요.

희선이 같은 학생들은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긴장과 불안을 자초하는데 그럴수록 공부는 더 안 되지요.

희선이와 함께 2주일 동안 공부 시간을 계산해 보고 공부 분량을 따져보니 촉박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자연히 스트레스는 줄고 공부에 대한 집중력은 높아졌죠.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말과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짜증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들이 있어요. 짜증스러운 감정이 스트레스가 되어 공부를 방해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학생들의 내면에는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생각이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학생들에겐 ‘선생님도 친구도 나와는 다른 존재이며 내가 짜증을 내는 것은 결국 내 문제이자 내 손해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고교 2학년생인 종석이(가명)는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봤자 집이 부유한 친구들의 경제 수준에 결코 못 미칠 것이라는 생각에 공부 의욕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불합리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그런 상태를 극복하려면 불합리한 생각에 빠져 있는 자기 자신을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하겠지만 어린 학생들에겐 쉽지 않은 이야기죠.

그러므로 객관적인 시선을 갖춘 부모와의 대화가 그만큼 절실한 것입니다. 종석이 역시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불합리한 것인지 깨닫고 다시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최성환 아시아코치센터 학습전문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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