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왜 '기업인 처벌 최소화 조기 매듭'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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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해 대선자금과 관련된 기업인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됐다. 검찰은 엊그제 LG 구본무 회장을 불입건 처리하고, 대신 강유식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대선자금 사건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없는 오너 회장 등은 기소하지 않고, 처벌이 불가피한 기업인에 대해서도 가급적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처리하겠다는 게 검찰의 방침이라고 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에 대해 "정치 관행과 경제 현실을 이유로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반 국민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대한변협은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검찰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이 심사숙고 끝에 어려운 결정을 현명하게 내렸다고 판단한다. 사실 정치자금 수수가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불법행위임에 틀림없다. 또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기업인 처벌을 최소화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보다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더 이상 과거 문제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이 다시는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되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해야 한다. 더 이상 불법행위에 대해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의 불법자금 요청을 용기있게 거부해야 한다. 기업활동을 위해 부득이한 보험용 정치자금이라는 변명도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기업인 수사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주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오욕(汚辱)의 과거를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