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팡질팡하는 식품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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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식품행정이 갈팡질팡해 갈피를 잡기 어렵다.보건복지부는 중국음식점에 공급되는 돼지기름이 비위생적이라면서 영업정지및 제품폐기지시까지 내리더니,1주일만에 「무해(無害)하다」는 발표와 함께행정조처도 슬그머니 거둬들였다.체면치레하듯 한 회사의 단 하루치 제품만 폐기하기로 했을뿐이다.
그러면 돼지껍질과 내장을 섞어 돼지기름을 만들어왔으며,일부 제품에는 면장갑에 비닐까지 섞여 있었다는 당초발표는 어떻게 되는가.앞으로는 돼지기름을 만들 때 돼지껍질이나 내장이 섞이고,때로는 면장갑이나 비닐까지 섞여들어가도 괜찮다는 것인가.복지부는 돼지기름파동이 뜻밖에 커지자 서둘러 불을 끄려고 허둥댈뿐 이번에도 역시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만약 돼지비계만을 써서 만들게 돼 있는 돼지기름을 껍질과 내장까지 섞어 만들었다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돼지기름의 품질이 나쁜 것만은 틀림없는 것 아닌가.또 제조과정에서면장갑이나 비닐이 섞여들어갔다면 비위생적인 것도 분명한 것 아닌가.비위생적이지만 유해하진 않다는 설명도 도무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앞뒤 사정을 살펴보건대 복지부는 일부 업체의 비위생적 처리와저질원료사용을 적발했을 뿐인데 마치 유해돼지기름 생산업체를 적발한 것인양 너무 호들갑을 떨었다.게다가 나중에 조사해 보니 30%가 채 안되는 중국음식점에서만 돼지기름을 사용해 왔을 뿐인데 발표때는 대부분 중국음식점이 사용하고 있는 듯한 설명을 했다.이는 분명히 경솔한 짓이었으며,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보도한 언론 또한 신중하지 못했다.
복지부의 식품감시활동은 필수적이다.그러나 식품의 유해여부는 민감한 문제이기에 발표전에 정확한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복지부의 성급하고 불명확한 발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놀랐으며,중국음식점들은 또 얼마나 애꿎게 멍이 들었는가.
그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식품의 수준을 높이기에 앞서식품행정의 수준부터 높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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