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 전쯤,
벚꽃이 진 자리에 철쭉꽃이
미친 듯 피어나던
무렵이었다.
한 여자가
방문을 닫아걸고는
나오지 않았다.
교정과 거리에선
"독재 타도!"를 외치며
치열하게 싸우고,
찻집에서 친구들과 얘기할 땐
덧니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던 여자였다.
"문 밖이 너무나 무서워. "
가시처럼 말라버린
스물세살의 그가 뇌까렸을 때
우리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를 못 했으므로
크게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는 끝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채
가루로 분해되어
강물에 띄워졌다.
자살,
5분에 한 명쯤 시도하고
45분에 한 명쯤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더러는
시대의 짐을 떠메고
타오르는 불꽃이 되어,
대개는
삶의 고난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서,
혹은 한순간의 좌절이나
부끄러움, 억울함을
견디지 못해서.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데.
비명소리,
병든 사회가 지르는
외마디 비명소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1982년 10만명당 9.4명이었던 자살 사망자 수가 2002년에는 19.2명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송은일<작가>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