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디자이너 반브룩 16일부터 한국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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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너선 반브룩의 2003년작 ‘블라이어(거짓말쟁이 블레어 총리)’.

'지금 이라크 전쟁에서 거짓말을 하는 쪽은 누구인가'. 꽤 궁금한 이 질문에 영국 디자이너 조너선 반브룩(38)이 작품으로 대답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얼굴에 '블라이어(BLIAR)'란 한마디를 얹은 포스터. 블레어란 이름과 거짓말쟁이라는 영어단어를 합성한 이 이미지는 대량살상 무기를 찾겠다며 선전포고한 미국과 영국이 1년이 지나도록 그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오늘의 이단은 내일의 진실'임을 그래픽 디자인으로 주장하는 조너선 반브룩이 한국을 찾아온다. 16일부터 5월 4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내일의 진실:조너선 반브룩의 그래픽 선동전'이다. 스스로를 "굳어버린 사람들 머리와 가슴을 선동하는 바이러스"라 부르는 그는 영국 런던에서 '바이러스'라 이름 붙인 작업실을 운영하며 국제적으로 첨예한 이슈들에 디자인의 칼날을 들이댄다.

서울전에 선보이는 반브룩의 작품은 9.11테러, 1.2차 이라크전쟁을 비롯해 권력화한 다국적 기업의 횡포, 세계화가 빚어낸 비극, 미국의 신제국주의 등 묵직한 주제들을 신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시각화한 신작 50여점이다. '21세기에 이데올로기는 죽고 이제 추악한 애국심과 탐욕, 기업전략만이 남았다'는 그의 현실 인식이 번득인다.

영상작업 '글로버날라이제이션(GLOBANALIZATION)'은 '세상에 평화가 없는 이유는 다국적기업들이 평화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 '세계화는 지역적 독창성을 소멸시키면서 모두를 평범하게 만들어버린다'고 외친다. 그는 작품들을 웹사이트(www.barnbrook.net)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며 말한다. "생각은 폭파할 수 없다." 02-580-154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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