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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신간을 찾아서] 고액 연봉 부러우면 ‘몸값 전략’ 배워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몸값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이 부쩍 연봉제를 도입하고 수시 채용을 늘린 것과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다.

노동시장에서 말하는 몸값이란 노동의 대가, 곧 직장인들이 일하고 받는 보수다. 몸값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각종 미디어가 일러주는 요령은 대개 이렇다.

시간을 내 자격증을 따라, 야간 대학원 같은 상급 학교에 다녀라, 영어와 컴퓨터 실력을 키워라, 남보다 적게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 남보다 빨리 출근하고 더 많이 일하라, 한 달에 적어도 두세 권씩 책을 읽어라 등등. 이 밖에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라든가 외모를 가꾸라는 얘기도 있다. 요지는 시간을 쪼개 실력을 키우고 많이 일하라는 것이다. 유행어가 된 ‘아침형 인간’ 역시 비슷한 얘기다. 이른바 몸값 올리기 전략론으로 치자면 매우 알기 쉽고 그럴 듯하다. 하지만 허점이 있다.

*** 냉철한 자기진단 선행돼야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며 새벽 잠을 줄이던 직장인들이 몸져눕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어떤 이들에겐 자기계발에 분초를 쏟아 넣는 몸값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하물며 시간을 느긋하게 써야 일에 성과가 나는 경우는 더 말 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가며 노력해 몸값을 높이자는 전략이 현실에서 이런저런 벽에 부닥치는 이유는 뭘까? 전략치고는 범용성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직업생활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은 저마다 다르다. 잠재력을 발휘해 몸값을 높일 수 있도록 촉발시켜 주는 조건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몸값 올리기 전략도 사람마다 맞는 것이 따로 있어야 자연스럽다. 현실이 특수하면 전략도 특수한 것을 적용해야 옳지 않겠는가.

그런 뜻에서 몸값 올리기 전략을 원한다면 누구든 먼저 할 일이 ‘내게 맞는 나만의 전략’을 손수 만들어내는 것이다. 먼저 이런 토대를 갖추고, 전략을 실행해 나가는 단계에서 앞서 말한 범용 테크닉―시간을 쪼개 자기계발에 힘쓰라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라든지―가운데 자기에게 맞는 걸 골라 쓰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면 내게 맞는 나만의 전략은 또 어떻게 만들까.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자기진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가진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스스로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의 자기진단은 직장인들에겐 실은 몸값뿐 아니라 직업 생활 전체를 긍정적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결정적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직업경력을 만들어 나가는 현실에서 자기진단 따위는 간단히 무시되기 일쑤다. 전형적으로, 자기를 알고 어쩌고 따질 겨를 없이 일단 아무 일이나 시작하고 그 다음엔 직장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사람이 일을 시작하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자기가 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몰라 고민한다. ‘이제 와 보니 이건 결국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이게 아니고 다른 것 아닌가’ 하는 회의에 부닥치고 좌절하곤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 능력이 객관적으로 어떤 수준에 있는지 모른 채 ‘왜 이 회사는 내 몸값을 충분히 쳐주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이도 많다.

자기진단은 직장인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자기만의 몸값 전략을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첫째 열쇠다.

자기진단을 어떻게 할지, 자기진단을 토대로 몸값 높이기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는 참고할 책들이 꽤 나와 있다. 『커리어 만들기』(헤드비히 켈너 지음, 장혜경 옮김, 279쪽, 9000원, 한문화), 『경력개발 및 관리』(Jeffrey H Green-haus 외 지음, 탁진국 옮김, 458쪽, 2만3000원, 시그마프레스) 등이 주로 경력 개발과 관리 등을 다룬 책들이다.

어떤 책을 고르든 자기진단을 다룬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어보면 유익할 것이다. 『나의 몸값을 10배 높이는 6가지 방법』(페기 시몬슨 지음, 김광수 옮김, 271쪽, 1만2000원, 거름)도 볼 만하다. 보통 경력 개발에 관한 책은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많은 데 비해 『경력개발의 이론과 실제』(김흥국 지음, 340쪽, 1만5000원, 다산출판사)는 기업에서 경력 개발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참고할 내용을 다룬 역작이다.

그런데 경력 개발 이슈를 다루는 책을 읽을 때는 다소 참을성이 필요하다. 몸값 높이기 얘기를 하더라도 대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방법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얼른 몸값을 올려줄 비책(?)을 찾는 독자에겐 실망을 안겨주기 쉽다.

그래도 정말 진지하게 자기 몸값을 높이려는 독자라면 참아야 한다. 자기진단에 대한 이해가 깊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내게 맞는 나만의 몸값 높이기 전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회사 밖서 통하는 능력 필요

자기진단을 거쳐 독자적인 몸값 높이기 전략을 고안하는 단계에 이른 독자라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테크닉을 골라봐도 좋을 것이다. 참고할 책은 매우 많다. 최근 나온 것으로는 『자기 가치를 높이는 기술 50가지』(아타라시 마사미 지음, 오희옥 옮김, 207쪽, 9000원, 국일미디어)와 『자신의 몸값을 높여라』(마르틴 베를레 지음, 김태영 옮김, 263쪽, 1만2000원, 생각의 나무) 등이 있다.

『자기 가치를 …』는 일본인 컨설턴트가 짧은 칼럼을 이어가면서 몸값을 올리는 테크닉을 소개한다. 그 중에서도 2장에 있는 글 ‘보유한 능력에서 발휘하는 능력으로’는 직장인의 능력에 관해 흥미로운 관점을 내보이고 있다.

직장인 가운데 회사 안에서는 능력을 인정받는다 할지라도 회사 밖에까지 나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는 것, 회사 안에서나 통용될 뿐 회사 밖으로 한발짝만 나가도 전혀 통용되지 않는 능력은 소용없다는 것, 직장인들이 몸값을 제대로 쳐 받으려면 지금 일하는 회사를 떠나 다른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인정받을 만한 수준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 등. 지금은 예전에 비해 고용의 불안정성이 큰 시대인 만큼 설득력이 큰 지적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여라』는 독일인 연봉 협상 전문가가 쓴 책이다. 연봉 협상에서 직장인들이 몸값을 올려 받는 데 도움이 될 테크닉을 모아 소개했다. 연봉 협상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몸값을 더 받기 위해 어떤 전략을 짜야 좋을지를 알려준다. 협상 테크닉을 전하되 협상이 벌어지는 상황을 아주 구체적으로 예시해 조언해 주는 점이 돋보인다.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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