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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시장 순시맞는 구청장들 백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민선시대의 구청장들은 관선시대와 무엇이 다른가.대부분 정치적인데다 다음선거를 의식,주민에게 가까이 가려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그러나 지난달 9일부터 시내 25개 구청을 순시중인 조순(趙淳)시장을 대하는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시장노릇 잘하십시오』라며 주문하거나 시정을 비판하는 구청장이 있는가 하면 관선시대보다 오히려 더 예의를 지키며 재정적 지원을 은근히 요구하는 타입도 있다.
趙시장은 처음 방문한 동작구청(구청장 金基玉)에서는 감격적인환영을 받았다.접견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구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구청 강당으로 올라갔을때 연단앞에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민선의 기수 趙淳시장과의 신년인사회.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구민 3백여명이 모여 환호성을 질렀고 시장 얼굴을 보기위해 제각기 까치발을 섰다.이어 지난해 동작구 노들아가씨로 뽑힌 상숙진(尙淑眞.25)씨가 나와 꽃다발을 안겼다.이곳저곳에서 터지는 박수와 환성….조용히 시장훈시를 경청하다 악수 한번 나누고돌아가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분위기.그러나 지난달 18일 강서구청(구청장 兪煐)에서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趙시장은 청사에 들어서자마자 예기치않았던 시위대와 부딪쳐야 했다. 손에 손에 피켓을 들고 계단 양쪽에 도열한 구민들은 지역발전을 막는 과도한 행정규제를 풀라며 시위를 벌였다.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를 찾던 趙시장은 다시한번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했다.구청장이 대등한 입장임을 강조하듯 자신의 바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게 아닌가.
이에앞서 시장을 수행한 시본청 직원들은 兪청장에게 자리배정에문제가 있다는 이의를 제기했으나 청장은 민선단체장의 직위를 상하로 구분할수 없다는 주장을 펴며 마주앉았던 것.
업무보고를 마친 兪청장은 『소신껏(구정을)하고 싶으니 나에게권한을 달라』고 했다.이에 趙시장은 『과도한 지역개발은 각종 법규에 저촉돼 시장으로서도 어쩔수 없다』고 대답했다.그러자 兪청장은 구민들을 향해 『이제 내가 할일은 다했고 시장이 할일만남았다』며 趙시장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그러자 趙시장은 『그럼 나는 시장으로서 아무 일도 안했다는 말이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31일 방문한 종로구청(구청장鄭興鎭)에서는 너무 예의가 지나쳐 시장이 오히려 부담스러워 했다.
鄭청장은 趙시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시종 꼿꼿한 자세로 선채였다.다른 구청장들이 모두 앉아서 보고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앉기를 권했으나 鄭청장은 민선시장의 위상을 생각해 앉을수 없다며 고집을 부렸다.
趙시장을 수행했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구청장들이 격의 없이 시장을 대하면서 지역개발을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재정지원 문제를 가장 큰 현안으로 들고 나와 시장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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