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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 이대로 두면 안방까지 위협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SUNDAY

불과 몇 달 전 ‘북극에서 성매매’라는 기사가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다. 북극의 오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에서 윤락을 알선한 혐의로 한국계 부부가 체포된 사건이었다. 또 지난달 뉴욕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인 여성은 ‘고령의 성매매’라는 사실로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최근 달거리하듯 터지는 성매매 사건에 한국계가 연루되다 보니 ‘마약은 중남미, 성매매는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릴까 겁난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한국계가 연루된 성매매 사건에 자존심 상하기보다 필자는 우리 내부의 모습이 더 걱정된다. 성매매 특별법이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주변엔 성매매가 아직도 판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음주와 성매매에 여전히 관대한 분위기에 성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성병은 꼭 성매매를 통해서만 옮는 것이 아니다. 혼전 성교가 늘고 혼외 정사가 비일비재한 현 시점에서 어느 누구도 성병에 안전할 수 없다. 한마디로 성병의 위험성은 자신의 성 파트너 수와 비례한다. ‘설마 그 사람이 그런 병이 있을까’ 생각하지만 성병 환자를 겉으로 구분하기는 힘들다.

매독이나 임질 등 전통적인 성병은 증상이 뚜렷해 환자들이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 반면 더 흔한 성병인 비임균성 요도염이나 다양한 원인균에 따른 질염 등은 자각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행위 이후에 특별한 증상이 없으니 안심하고 지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망치고, 심지어 무고한 배우자에게까지 성병을 옮겨 불행을 자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아니, 얼마 전 종합검진에서 소변검사를 했는데 정상이었는데요?”

뒤늦게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이렇게 항변하는 이도 꽤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변검사는 성병의 유무를 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소변검사가 정상이라도 성병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최근엔 유전자검사 등으로 성병 균에 대한 확진율이 크게 높아졌다. 원인 균을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약제를 쓰면 성병은 얼마든지 치유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스스로 확인하고 치료받는 경우가 적어 성병이 만성화된다는 점이다. 성병 균을 방치하면 남성은 전립선염·불임 등으로 고생하거나 2차적인 성기능 문제를 겪을 수 있고, 여성도 질염과 골반염·태아 감염 등으로 심각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성기능과 관련해서도 성병에 노출되면 발기력이 떨어지고 조루가 심해지거나, 여성은 흥분액의 분비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나이나 컨디션 탓으로만 여긴다. 이런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자신은 의식하지 못한 채 성병을 몸에 달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행위 때 콘돔을 꼈으니 문제 될 것 없다는 생각도 많이 하는데, 콘돔을 과신해선 안 된다. 사면발니·헤르페스, 그리고 자궁경부암의 위험인자인 파필로마 바이러스 등의 성병은 콘돔으로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성병 현실을 깊이 파헤친 연구 보고서는 공개된 바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면 우리 주위에 성병이 창궐하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참고로 얘기하자면 필자가 성병을 확진한 환자들 가운데 자신의 성병을 모르고 있던 사람이 절반 이상이었다. 성병, 이대로 두면 정말 큰일 난다. 무지와 방관 때문에 자신은 물론 안방까지 무너질 수 있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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