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미납금 내기로 가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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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가입금 미납 문제로 말썽을 일으켰던 프로야구 제8구단 우리 히어로즈가 한 발 물러날 태세다. 우리 구단은 3일 내부 회의를 통해 가입금 분납분 24억원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조만간 납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돈을 내지 않으면 협상은커녕 퇴출까지 불사하겠다는 KBO의 강경한 태도에 꼬리를 내렸다.

가입금을 볼모로 했던 우리의 협상 요구는 명분을 얻지 못했다. 의무 이행에 앞서 권리 주장을 하다가 “구단 운영 의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KBO는 지난 2일 “가입금 납부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 7일 이전에 조건 없이 24억원을 입금하라. 돈을 내면 회원사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가입금을 내기 전 ^회원자격 명문화 ^목동 홈구장 위탁 경영 등 지난 1월 KBO가 약속했던 사항들을 명문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실패했다. 가입금을 납입해 구단 운영 의지를 증명하라는 것이 KBO의 답변이었다.

우리 히어로즈가 7일 이전에 24억원을 내더라도 잡음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가입금을 내지 않고 KBO에 대한 요구사항을 외부에 흘렸다. 그러나 하일성 사무총장은 “(야구단을 운영할) 다른 대안이 있다”며 우리 구단을 압박했다. 아울러 목동구장 운영 비용 등 세부사항에 대해 KBO는 “여기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창단 때부터 각종 특혜를 받아왔던 우리는 180도 달라진 KBO를 보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약속된 납부일 6월 30일을 넘기면 KBO가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수세에 몰렸다.

우리가 24억원을 내더라도 올해 말부터 내년 말까지 세 차례 분할 납부하기로 약속한 잔금 84억원을 협상의 도구로 쓰기는 어려워졌다. 여기에 메인 스폰서 우리담배㈜는 우리 구단 때문에 이미지를 훼손당했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불리한 여론 속에서 우리는 ‘선납 후 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요구안은 향후 다시 밝힐 전망이다. 그러나 KBO의 강경한 입장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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