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영호 미스터리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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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달 26일 복어잡이에 나섰던 제주선적 유자망어선 제707대영호(39)가 실종된후 20일만에 북한 평양방송에 의해 월북(越北)한 것으로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지난 8일 대영호 실종후 해경이 승선한 선원들에 대한 조사결과 북 한행(北韓行)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었지만 북한측이「의거(義擧)입북」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믿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대영호가 스스로 월북했다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출항때의 선원이 8명인데 북한측은 4명만 도착했다고 하니 나머지 4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출발때는 선장이 고천권(高千權.56)씨였는데 북한측은 기관장이던 김정언(37) 씨를 선장이라고 발표하고 있다.이밖에 도착한 4명이 남자 3명과 여자 1명이라고 하는데 출어때 금기(禁忌)로 여기는 여자가 승선한 이유도 궁금하다.그리고 선장을 비롯한 일부 선원가족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월북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이다.
해경은 선원중 일부가 선상(船上)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동안의 조사결과 선원 가운데 3명이 전과자인데다 당일 승선한 2명은 신원이 불투명하고,1명은 주소를 허위기재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평양방송이 『선원들이 바 다에서 여러가지 고초를 겪으면서』라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또 승선한 여자가 기관장과 내연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부채(負債)나 치정(癡情)때문에 월북했거나 고정간첩에 의한 납북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우선 당국이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사건의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한후 그에 따라 북한측에 선원과 배의 송환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특히 납북인지 자진월북인지부터 확실히 해야 하고,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나 머지 선원들의 행적도 서둘러 밝혀내야 한다.아울러 제주도 부근해상에서 작업중이던 어선이 북한땅에 도착하도록 새까맣게 몰랐던 우리측의 허술한 해양경비망도 하루 빨리 보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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