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정치 국회 떠나 길거리로…박관용 전 의장 3년전 예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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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저서에서 현 시국상황을 예견한 대목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전 의원은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박관용 의장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 전 의장의 2005년 저서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에 현 시국상황을 예견한 대목이 있다며 소개했다. 그는 국회 개원을 기다리는 심정이 처량하다 못해 참담하더 나머지 밤잠이 안와서 서가를 둘러보다 박 전 의장의 책을 꺼내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현 상황을 예견한 대목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전 의원이 소개한 박 전 의장의 저서에서 발췌한 대목은 이렇다.

‘우리는 분명 새로운 시대를 맞았으나 정치는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상응하는 시스템 개발과 정착에는 실패하고 있다. 그 결과 대의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것이고 정치의 현장은 차츰 의회를 떠나 길거리로 이동할 것이다. 헌법과 법률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유리하면 승복하고 불리하면 저항하며 무시하는 탈법 정치가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 왕조시대와 달리 근ㆍ현대의 도재는 대중의 동의, 또는 묵시적 동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홍위병이 날뛰던 중국 문화혁명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젊은 아이들을 부추겨 정의의 사도들로 착각하게 만들어놓고 그들의 거칠 것 없는 정력을 지렛대로 권력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지금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중조작이 훨씬 간편해졌고 그 효능은 배가되었다.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동원하면 삽시간에 여론을 만들 수도 잠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은 오늘의 현실과 일치해 박 전 의장의 예견이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오랫동안 정치 일선에서 이론이 아니라 체험과 연륜’에서 오는 예측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독후감을 밝혔다. 또 “정치일선에서 은퇴한 정치인으로서 여전히 존경받고 있는 매우 드문 행복한 정치인”이라며 “정치인의 끝은 대개 안 좋다는 슬픈 현실에서 예외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내겐 큰 공부가 됐다. 다시 한번 절망의 현실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의지도 준 책”이라고 말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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