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해프닝에 그친 '서태지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최근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로 뒤숭숭한 가요계에 인기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가 발표되면서 그 파문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인기스타를 자신의 우상으로 여기는 오빠부대가 서태지의 집앞에서 며칠째 『돌아오라』를 연호하며 밤을 새우는가 하면 『서태지가 없는 마당에 공부는 해서 무엇하냐』며 울먹이고 있다.
「서태지…」의 해체 공표직후 『이들의 해체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풍문이 밑도끝도 없이 나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경찰청은 23일 일선 경찰서에 『인기 연예인들과 조직폭력계와의 연계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이 사실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자 10대 극성팬중 일부는 「정신적 공황」상태마저 보였다.
경찰이 수사전담반을 구성한 이후 언론사에는 『위험에 빠진 서태지를 내가 나서서라도 구해야된다』며 소재를 묻는 팬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고 서태지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제보전화도 잇따랐다. 정작 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들은 『도대체 무엇을,어떻게 수사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우왕좌왕했다. 수사전담반은 「서태지…」멤버들의 행방을 찾지도 못한채 가족들과 프로덕션 관계자들만 접촉했고 1주일만인 29일 『폭력조직의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시중에 그같은 소문이 떠돌아 이를 확인해보는 차원에서 수사를 지시했을 뿐』이라며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경찰이 전담수사반까지 구성하는 법석을 떠는 바람에 「서태지…」해체 소동은 오빠부대에게 충격을 주었다.
한 인기댄스 그룹의 해체와 잠적소동이 엄청난 파문으로 확산된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우리사회가 냉정하고 차분해져야하며 성숙해야 한다는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
「서태지…」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일파만파로 커진「서태지…」소동에 대해 우리 모두소동의 핵심과 반성할 점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박신홍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