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건설정책 고칠점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우성건설같은 큰 회사가 선거를 앞두고 넘어지다니 큰일이다.어지간하면 정부가 1만6천명이나 되는 아파트 입주자와 2천이 넘는 하도급 업체를 생각하고 선거를 감안해서라도 부도(不渡)를 막아주려고 했었을 것이다.실제로 그랬다고 한다.그 것이 약 1년전쯤 일이다.그러나 그것이 한도 끝도 없자 마침내 선거를 무릅쓰고 이렇게 부도로 결말이 나고 만 것이다.
물론 법정관리 신청을 통해 입주자나 하도급 업체를 살리는 방안이 강구될 것이다.그러나 우성의 오너는 말할 것 없고 직.간접으로 피해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작년은 유난히도 많은 부도로 실패와 좌절을 맛봐야 했 었다.그런데또 이런 대형부도가 났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그 뿐만 아니다.아직도 비슷한 건설업체가 많다고 하니 걱정이다.이번일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무엇인가.
본래 오너 崔부회장은 외대 재학때부터 사업에 손댄 야심가로서중동건설붐때는 호시탐탐 돈을 모아 중동진출을 꿈꿔 왔다고 한다.그러나 중동에서 줄줄이 깨지고 나오게 되자 우성은 앉아서 화를 면하게 됐다.이때 그는 중동진출을 위해 모아 둔 돈으로 토지를 매입해 큰 사업가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설업자 모두 그렇듯이 토지를 매입하고 말뚝만 박아도돈을 벌던 시절의 철학을 버리지 못하고 지난 3년동안 주택경기가 나쁜데도 과거와 같은 확장 일변도로 나가다가 드디어는 키워서 쓰러지고 말았다.부동산경기가 일어났다면 오히 려 더 큰 부자가 됐을 것이다.그러나 부동산시장이 가라앉는데는 어쩔 도리가없었다고 한다.이 과정에서 오너는 두가지 실수를 했다.너무 낙관해 차입을 과도히 했으며 우성타이어등 계열기업에 너무 돈을 털어 넣었다.
그러나 우성의 부도가 어떤 면에서는 흑자도산의 냄새가 난다는점이라든지 건설업계 전체가 다 어렵다는 점에서 우성만을 탓할 수도 없다.우선 주택의 수급(需給)이 맞지 않는다.소득수준에 비해 집값이 높고 수요도 없는데 마구 지어 공급 해 대고 있는실정이다.이것은 택지공급과 주택건설을 정부가 독점하고 주도하는데서 생겨난 현상들이다.
둘째는 주택경기를 부추겨야 한다는 것이다.물가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는 이제 너무 진부(陳腐)하다.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2~3년간은 경기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마당에 물가만을 고집할수는 없을 것이다.
셋째는 어렵다는 사실이 실은 1년이 넘게 나돌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우성에 대한「정보」가 도외시되다시피 했었던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신용정보회사는 무얼 했으며 소위 업자들은 무얼 믿고 계속 거래를 했단 말인가.아무래도 이 부분이 이상하다.알고 보니 신용보증기금 등 기존 5개사 외의 업자는 신용조사업무나 수금업무를 취급할 수 없으며 기존 5개사는 보증이나 회사채평가(rating)업무에 눈이 어두워 신용정보 조사사업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지존파라는 살인범들이 백화점 자료를 입수해 살인명부로 삼은 것을 계기로 5개사 이외에는 신용조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막은 결과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이건 잘못된 것이다.지금이라도 법을고쳐 신용정보를 상품화하는 사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그래야 신용이 가치를 갖고 시장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건설업이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제조업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아직도 대기업.중소기업을 가르고,사치품.필수품을 나누고,서비스업.제조업을 차별하고,수출품.내수품을 구분하는 금융의 구태의연한 작태를 이 제는 고발할때가 되었다.
끝으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중과세 제도의 반성이다.한때 토지투기를 막아보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겠지만 이제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낭비되고 물가를 올리고 쓸데없는 집을 지었던 것인가.우성도 건설업이 본업인데 도 불구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비업무용」토지에 대한 중과세를 피하기 위해무리하게 집을 지었다고 한다.이 제도도 이제는 고쳐야 한다.
(長銀경제연구소장) 閔丙均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