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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고 한 학기 600만원 … 입학 전 랭귀지센터 다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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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주 애들레이드대 학생들이 캠퍼스를 걷고 있다. 이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했다. 애들레이드대 제공]

호주 정부가 외국 학생들을 끌어들여 교육사업을 키우고 있다. ‘교육이 산업’이라며 외국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이다. 조기 유학붐을 타고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 학생들의 호주행도 늘고 있다. 초·중·고생과 대학생을 포함한 한국인 호주 유학생은 3만4674명(2007년 말)이다. 2006년보다 11.3% 늘어난 수치다.

호주 6개 주 중 남쪽에 있는 남호주의 주도인 애들레이드(인구 140만 명)에도 한국 학생이 늘고 있다. 6월 현재 1737명으로 중국·인도·말레이시아 학생에 이어 네 번째다.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애들레이드 교육부의 테진더 말리 학생지원 매니저는 “외국인 학생 유치는 와인·자동차·광업에 이은 네 번째 중요 산업”이라고 말했다. 애들레이드의 물가와 교육비는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보다는 싸다. 하지만 휘발유값은 1L에 1800~1900원, 집세는 1주일에 40만원(침실 3개 기준)정도로 만만찮다. 6월 16~20일 애들레이드 랭귀지센터와 고교·대학을 방문해 한국 학생들을 취재했다.

◇영어부터 배워라=지난달 17일 오전 11시 애들레이드 랭귀지센터(SAALC). 경남 김해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온 한재현(15)군이 중국·말레이시아·베트남 등 각국 학생 10여 명과 공부를 하고 있다. 교사가 모국의 전통문화를 한 가지씩 소개하라고 말하자 한군은 추석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4월 말부터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데 이달 중순 고교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영어실력에 따라 ^초급 ^초등학생 ^중급 ^중상급 ^상급으로 반을 배정받는다. 애들레이드 교육당국이 외국 학생들이 영어실력을 쌓아 학교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과천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온 이경식(13)군은 “학생들의 출신 국가가 다양해 영어발음이 헷갈릴 때도 있다”고 했다.

랭귀지센터 등록비용은 전일반(오전 9시~오후 3시30분)이 1주일에 30만원, 한 달에 120만원꼴이다. 전체 수강생은 250명으로 도시락은 싸온다. 요리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진희복(18)군은 “어머니와 2년째 ‘기러기생활’을 하고 있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고교생 6~7과목 배운다=지난달 18일 애들레이드 핸리하이스쿨. 남녀공학 공립학교의 학생들이 푸른색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 1024명의 재학생 중 외국인 학생은 한국인 10명을 포함해 55명. 김아름·이유림 양은 모두 2학년이다. 김양은 3년 전 어머니와 함께 왔고, 이양은 지난해부터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 김양은 “아직 영어를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했다”며 “디자인 관련 대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양은 “회계와 법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보다 과목이 적어 좋다”고 웃었다.

학생들은 8시40분까지 등교하고, 오후 3시10분 수업을 마친다. 한 반은 20명. 컴퓨터아트·관광학·디자인·일본어 등 6~7개 과목을 배운다. 학비는 호주학생은 한 학기 31만원, 외국학생은 600만원 이상이다. 사립고교는 한 학기 700만원이 넘는다.

◇3개 대학이 핵심=애들레이드대, 남호주대(UniSA), 플린더스대가 있다. 134년 전통의 애들레이드대는 호주에서 세 번째 오래된 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했다. 존 E 태플린 부총장은 “우수학생을 뽑아 창의력을 키워주고, 연구환경을 만들어 준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유학생은 2003년 61명에서 올해 145명으로 늘었다. 김영길(32·환경생물학 박사과정)씨는 “생명공학·와인·컴퓨터 사이언스에 강점이 있는 대학”이라며 “한국인 학생 커뮤니티는 없다”고 말했다.

재학생이 3만4999명인 남호주대는 외국인 학생이 125개국 1만1703명이다. 10년 전 보다 11배 늘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미키(여)는 “파이낸스를 전공하고 있는데 공부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시내 외곽의 플린더스대는 두 대학과 달리 기숙사가 있다. 메디컬스쿨과 사회복지가 강점이다. 대학원생 안서진(26·여)씨는 “3개 대학 간 외국인 학생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며 “중국 학생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애들레이드(호주)=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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