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
○·이세돌 9단 ●·쿵 제 7단
일본은 사무라이와 다도(茶道)가 결합된 미학이 차의 향기처럼 바둑에 깊숙이 스며 있다. 한국은 가장 실전적이고 동시에 모험심이 가득하다. ‘빨리빨리’의 정서가 지금의 실리적이면서도 전투적이고 변화무쌍한 기풍을 만들어냈는지 모른다.
23과 24는 공수의 요소로 절대의 한 수다. 그러나 25는 ‘재미있는 수’라고 한다. 한국 기사라면 ‘참고도’ 흑1로 바짝 다가선 뒤(A의 파고들기를 본다) 2로 나오면 그때 3으로 뛰어나갈 것이다. 25는 백B로 진로를 막히는 것이 답답하다고 보고 일단 머리부터 내민 뒤 C의 공격을 보고 있다. 쿵제다운 느릿한 수법이다.
이세돌 9단은 26, 28로 발 빠르게 우변부터 갈라친다. 중국 바둑은 C의 곳을 거의 반드시 뛰어놓지만 이세돌 스타일은 ‘답답해도 살면 그만이다’는 식이다.
쿵제도 급할 것 없다는 듯 하변부터 정리하더니 39로 슬그머니 공격했다. 과연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수법이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