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연료봉 빼돌리기’ 꿈도 꾸지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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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사용 후 핵연료’의 무단 전용을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미국에 수출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김호동 박사팀은 이 기술을 개발해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로부터 6개월 사용 조건으로 1만2500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에서 꺼낸 연료봉을 커다란 수조에 바둑판처럼 질서정연하게 세워 보관한다. 연료봉에는 거뭇거뭇 덜 탄 석탄이 남아 있는 연탄재처럼 덜 연소된 우라늄·플루토늄이 들어있다.

김 박사팀의 기술은 이 연료봉이 무단 반출돼 핵무기 개발에 전용되는 것을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활용하면 사용 후 핵연료를 무단 반출한 뒤 가짜 핵연료봉으로 그 자리를 채워 놓는다 해도 즉시 알아낼 수 있다.

원리는 사용 후 핵연료봉에서 계속 쏟아져 나오는 중성자의 숫자 또는 세기를 측정해 이전 값과 비교하는 것이다. 먼저 핵연료봉이 보관된 수조 중간중간에 중성자 강도 측정기를 세워놓고, 각 측정기의 측정값을 기록해 둔다. 중간에 그 값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변화가 있다면 핵연료봉의 위치가 움직인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신희성 박사는 “이 기술이 실용화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비확산 정책과 활동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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