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통령 만들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통령은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왕권(王權)은 하늘이 내린다는군주국가적 발상의 잔재다.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은 만들어진다.
1960년 『대통령 만들기』란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시어도어 화이트는 『플라톤의 철인(哲人)국가가 출현하기까지 대통령은다른 사람에 의해 선출된다.그를 뽑는 것은 이성(理性)이 아니고 본능과 신뢰』라고 했다.
대통령의 자격요건으로 통치능력과 리더십이 꼽힌다.현대국가는 사람이 아니고 제도가 움직인다.제도가 원활히 움직여지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조정하는 능력이 첫째다.리더십은 트루먼의 정의가 단순 명쾌하다.「국민들이 꺼리는 것을 스스로 하도록 대화와 신뢰로 설득하고 이를 좋아하게 만드는 능력」이다.민심에 영합하고,민심의 동향에 따른 뒤집기는 리더십에서 우선 실격(失格)이다.이 둘을 겸비한 사람이 흔할 리 없다.
갖지 않아도 가진 것처럼 유권자들에게 그 허상(虛像)을 집요하게 주입시켜 나가는 과정이 「대통령 만들기」다.이 과정에서 신문과 TV등 대중매체의 영향력은 지대하다.「언론이 대통령을 만든다」는 말도 여기서 비롯된다.
미국의 클린턴대통령은 언론들의 「부시 질타」 때문에 당선됐다.유권자들은 클린턴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투표때 「부시가 아닌 것」만으로 족했다.
현실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환멸과 냉소(冷笑)주의는 무소속이나 제3당 후보의 득세를 돕는다.언론이 특정후보의 당선을 돕는것이 아니고,특정후보가 당선되지 않도록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그 상대방을 대통령으로 탄생시킨다.「클린 턴대통령은 언론이 만들었다」는 역설(逆說)도 이 때문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당선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누구를 뽑기보다 누구를 뽑지 않으려는」 선거행태는 우리 사회에 「신데렐라후보」들을 속출시킨다.총리나 부총리에 등용된 사실만으로 하루아침에 대선주자(大選走者)후보로 떠오르는 「거품현상」이다.이들의 국정운영 능력이나 리더십은 하나같 이 미지수고,시간을 두고 지켜보려는 사회적 인내도 없다.
「못난 국민들은 못난 대통령밖에 가질 수 없다」고 한다.대통령 선출이 무슨 미인콘테스트는 아니며 국민들이 웃고 즐기는 정치코미디일 수는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