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우성부도와 영국.일본 부실기업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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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총선이 코앞인데 우성부도는 악재』라는 여당인사들의 정치논리를 현재 주택금융전문회사(住專)문제로 열병을 앓고 있는 일본,그리고 1년전 베어링은행사건을 처리한 영국과 비교해 보는 것이좋겠다. 일본은 지금 「주전」책임공방이 한창이다.거기에는 지난91년 대장성 장관을 지냈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현총리도 자유로울 수 없다.
거품경제 붕괴로 불량채권을 떠안은 「주전」을 지난 5년동안 땜질 처방으로 끌어온 책임 때문이다.
일본정부와 여당은 결국 지난해말 국민세금 6천8백50억엔(약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자민당이 이유로 내세운 「선량한 예금자 보호」도 한꺼풀 벗겨보면 수혜대상이 농어민에 국한,자신들의 표밭관리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영국 중앙은행의 베어링은행 처리는 이와 대조적이었다.
베어링은행이 싱가포르의 딜러 잘못으로 4천4백억원 규모의 손실을 내자 영국 중앙은행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도산시켜 버렸다.「영국 은행의 자존심과 신용은 지켜져야 한 다」「선량한예금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배려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는가.베어링은행의 좋은 부분,이를테면 오래된 전통과 노련한 금융경험 등 버리기 아까운 부분은 네덜란드의 신흥금융기관인 ING가 인수했다.도산으로 인해 대량의 실업자가 생겨나지도 않았고 사업도 물론 계속되었다.손 해본 예금주도 없었고 영국정부.중앙은행의 부담은 「제로」.
위험 관리를 태만히 한 은행은 무너져야 한다는 냉정한 원칙이베어링사건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부도를 시장원리의 하나로 냉정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경제문제를 정치적 잣대로 재면 결국 상처만 덧났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칙이 아닌가.경쟁과 시장원칙의 확립만이 부도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첩경이다.
이철호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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