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에 제동 걸린 등원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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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엔 가속 페달은 있지만 브레이크가 없다. 정부의 쇠고기 고시 관보 게재 이후 당내 분위기는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한때 반경을 넓히던 ‘등원론’은 종적을 감췄다.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은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연일 촛불집회에 뛰어들고 있고, 대여 협상을 지휘해야 할 원혜영 원내대표는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며 27일부터 국회에서 철야 농성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고수하는 이유는 지금 국회로 돌아가는 것은 청와대의 강공에 밀려 패퇴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29일 “차라리 쇠고기 고시 발표 전에 등원했더라면 우리가 계속 주도권을 쥘 수 있었겠지만 지금 이대로 등원하는 것은 백기 투항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외투쟁으로 얻은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또 전당대회 기간이라 대표·최고위원 후보들 간에 선명성 경쟁이 불붙고 있는 점도 당 분위기를 강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날 오후 쇠고기 고시 강행 규탄 대회를 겸해 열린 서울시당 대회에서도 경선 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장외투쟁이 길어질수록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진다. 당장 촛불집회가 격렬해진 게 큰 부담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의원들이 계속 시위대의 전면에 서는 건 공당이 폭력 시위를 두둔하는 듯한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회의원이 대의정치를 포기하고 거리의 정치에만 매달리는 게 올바르냐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명분과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등원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한나라당의 ‘성의 표시’가 필요하단 얘기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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