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민주주의는 좀 시끄러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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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라이스 장관의 방한은 일본(26∼28일)을 시작으로 한국(28∼29일)을 거쳐 중국(29∼30일)으로 이어지는 3국 순방의 일환이었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로 북·미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는 가운데 한·미 공조를 확인하고, 쇠고기 추가 협상에 따른 양국 간 잡음을 막기 위한 목적도 포함됐던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반미 시위를 잠시 언급했다. 라이스 장관이 청와대 예방에 앞서 들른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주변에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 20여 명이 ‘라이스, Go home’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경찰 병력까지 배치됐다. 라이스 장관은 “민주주의는 원래 좀 시끄러운(noisy) 것”이라며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조용한 독재보다 나은 것 아니냐”고만 말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 쇠고기 이슈가 한국 정치에 미치는 민감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예방을 받고 환담하고 있다. [사진=김경빈 기자]

라이스 장관은 이와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임기 내 인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라이스 장관은 외교부에서 열린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후 “(비핵화를 위한) 다음 단계가 상당히 중요하며 매우 철저한 검증 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핵 신고서엔) 고농축우라늄(HEU)과 핵 확산 활동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지만 우리가 필요한 충분한 답은 담겨 있지 않다”며 검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유 장관도 “검증은 신고의 정확성·완전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미국은 쇠고기 문제의 새로운 조건에 대해 한국과 합의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변 냉각탑 폭파 때 북한 당국자들 슬픔 느껴져”=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폭파 현장을 지켜봤던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이날 “(북한 당국자들은) 영변 시설에 상당한 감정적 애착(emotional attachment)을 가지고 있었다”며 “냉각탑이 무너질 때 이용호 북핵 담보처장의 얼굴엔 슬픔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 처장에게 ‘냉각탑 폭파를 어떻게 느끼냐’고 묻자 그는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만 답했다”고 전했다.

글=채병건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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