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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디자인·소재 바꿨더니 연비 15%↑, 배기가스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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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위이잉-.”

25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두 시간가량 떨어진 피블스시 주변 숲 속. 짙은 녹음에 새소리만 들릴 뿐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한적한 곳이다. 그때 돌연 정적을 뚫고 터져 나온 시끄러운 굉음이 고막을 때렸다. 배 모양의 시험장치에 매달린 지름 3m의 거대한 제트엔진 소리였다. 미국 최대의 비행기엔진 제작사인 GE항공(GE Aviation)의 피블스 테스트 센터였다. 27만㎡의 실험센터로 안내한 테스트센터 매니저 스티브 맥파랜드는 “개발 중인 신형엔진을 수천 시간씩 돌려 보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폭우·폭풍·우박 등 극한의 악천후를 견디는지를 실험하기 위해 물과 얼음을 분사하는 기계가 눈에 띄었다. 죽은 새 여러 마리를 엔진 속으로 쏴 넣는 특수장치까지 있었다.

현재 GE항공의 최대 역점사업은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이는 친환경 엔진 GEnx 개발이었다. 이 엔진은 획기적인 연비 덕분에 성능 대비 배기가스량도 종전보다 훨씬 적게 나오도록 설계됐다. 창공에서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녹색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실험 건물에 들어서자 한복판에 기존 모델과는 크게 다른 GEnx가 눈에 띄었다. 최대 특징은 엔진 본체의 상당 부분을 금속이 아닌 경량 카본 합성물질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엔진의 날개도 날의 끝에 해당하는 부분만 그전처럼 티타늄으로 돼 있을 뿐 나머지는 검은색 카본 합성물질로 제작됐다.

극한 환경 속의 내구력 실험을 받기 위해 인공 강풍기 앞에 놓인 새 친환경엔진 GEnx. [GE항공 제공]

홍보담당 릭 케네디는 “이 덕택에 엔진 무게가 180㎏이나 줄었다”며 “엔진이 두 개 달린 비행기일 경우 360㎏이나 가벼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터빈 날개의 형태로 완전히 바뀌었다. 밋밋한 형태에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면서 꼬인 모습으로 진화했다. 날개 숫자도 24개에서 18개로 줄었다.

기술개발 담당임원 밥 매크웬은 “연비가 15% 이상 개선돼 항공유 소비도 그만큼 줄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배기가스는 50%가량 감소해 대기오염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료가 엔진 내에서 고르게 분사되도록 한 혁신적인 디자인 덕택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들은 비행기 기체와 항공엔진을 따로 구입한다. 보잉 747에 GE 엔진을 달든, 롤스로이스 제품을 설치하든 마음대로란 얘기다. 이 때문에 GE·롤스로이스 등 세계적인 엔진 제작사들은 주 고객인 항공사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혈안이다. 스콧 도넬리 사장은 “요즘 항공사들이 비행기 엔진을 구입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경제성과 환경 문제”라고 밝혔다.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얼마나 기름을 적게 먹느냐가 엔진 구입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GE항공에서도 끊임없이 연료비 절약을 위한 새로운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디자인 개선 및 신소재 개발과 함께 GE가 연구 중인 방안은 대체연료 사용이다.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연료나 액화가스 등 석유를 대신할 연료를 찾자는 것이다. 실제로 2월 버진 애틀랜틱은 코코넛유를 이용한 보잉 747기로 런던~암스테르담 간 비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넘어야 할 큰 장애물이 있다. 도넬리 사장은 “현재로선 세계 어디서든지 이들 연료를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라고 말했다.

피블스(미 오하이오주)=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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